순우리말로 12월을 ‘매듭달’, 1월은 ‘해오름달’이라고 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를 매듭짓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여행 어떨까.
경기관광공사 추천, 새해를 맞아 원대한 포부를 품을 수 있는 경기도 여행지 6곳을 소개한다.
동방 제일의 전망을 가졌다는 사찰에서 찬란한 일몰을 볼 수 있는 항구까지 시원스레 펼쳐진 풍경 앞에 희망찬 기운이 용솟음치는 명소를 모았다. 새해 새날에 넓고 큰 기운, 호연지기가 깃든다.
◇ 동방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에서 얻는 새 기운 ‘남양주 수종사’
너울너울 펼쳐진 산자락에 운무가 짙게 깔리고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개의 강줄기가 하나 되어 흐르는 모습. 이 풍광을 두고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은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감탄했다.
운길산 8부 능선에 자리한 절집의 이름은 수종사, 세조 5년(1459)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풍광이 빼어나 대한민국 명승으로 지정됐고, 남양주에서 손꼽히는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절의 경치는 예부터 유명했다.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출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수종사에서 지낸 즐거움을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에 빗대었고, 조선의 차 문화를 다진 초의선사 역시 정약용을 찾아와 이곳에서 차를 마셨다.
오늘날에는 삼정헌이라는 이름의 다실이 차 문화를 이어 나간다. 방문객은 무료로 차를 우려 마시고, 통창 너머 두물머리를 조망하며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전망을 보기 좋은 자리는 크게 세 곳. 삼정헌 옆 마당, 500살이 넘은 은행나무 옆, 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신각이다. 그중 제일은 역시 산신각인데, 경내부터 두물머리, 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풍광에 감탄이 터진다.
◇ 성벽 굽이굽이에서 마주하는 가슴 벅찬 풍경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산책하듯 잠시 걸었을 뿐인데, 가슴 벅찬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오산의 독산성과 세마대지다.
백제 시대에 처음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산성은 오산과 수원, 화성에 걸쳐진 평야 한가운데 솟아 사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했다.
해발 208m의 야트막한 산에 쌓은 아담한 산성이지만, 보이는 풍경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주위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눈앞의 산하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성벽의 굽이굽이에서 마주하는 풍광에는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옹골찬 기운이 있다.
동문이 있는 보적사 뒤편, 산꼭대기로 향하면 세마대가 나타난다. 이곳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신년 일출 명소다. 성벽 길은 완만한 평지로, 모두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넉넉하다. 동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문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오면 큰 힘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 수평선으로 잠겨드는 오늘의 해 ‘화성 궁평항’
화성 해안선 남쪽의 항구, 궁평항에 따라붙는 단어는 일몰이다. 궁평항 낙조는 화성 8경 중 하나에 꼽힐 만큼 수려하다.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궁평항에는 20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드는 선착장과 1.5㎞ 길이의 방파제, 싱싱한 해산물이 팔딱대는 궁평항수산물직판장이 모여 있다.
항구의 명물은 193m 길이의 해상낚시터인 ‘피싱피어’이다. 도착한 때가 해저물녘이라면, 바다 위에 떠 있는 Y자형 다리에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느긋한 산책에는 궁평항과 궁평리 해수욕장을 잇는 궁평낙조길이 어떨까.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에 이끌려 나무 데크길을 걷다 보면 415m 길이 짧게만 느껴진다.
궁평항의 경치를 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몰 시각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해 궁평낙조길을 걷고, 선착장이나 방파제 끝의 정자인 궁평루 근처에서 석양을 보는 것이다. 하루의 해가 수평선으로 잠겨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분주해진다.
◇ 마음 탁 트이는 서해와 시화호의 어울림 ‘안산 바다향기수목원’
선감도에 자리한 바다향기수목원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101만㎡(30만 평) 드넓은 수목원은 중부 지방의 도서 해안 식물 1000여 종, 30만 그루의 보금자리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해안 식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염생식물원에는 소금기 많은 갯벌에서 자라는 나문재·퉁퉁마디·갯잔디가, 모래언덕원에는 해안가 모래에 서식하는 물골풀·갯그령·해당화가 자란다.
3,000㎡ 땅에 참억새를 심고 탐방로를 낸 억새원은 추운 한겨울에도 훌륭한 사진배경이다. 황금바위원은 근처 황금산에서 옮겨온 황금색 바위를 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목원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상상전망대’는 ‘모든 상상이 전망되는 곳’이라는 뜻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을 듯 탁 트인 풍광이 압권이다. 10여 분쯤 언덕길을 올라야 하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경기바다와 S자로 굽이진 시화호의 어우러짐을 보노라면 마음이 탁 트인다.
여기에 1004개의 풍경이 달린 ‘소리 나는 꿈나무’가 바람결에 달그랑대며 희망을 속삭인다.
◇ 사위가 고요한 호수에서 찾는 여유 ‘의왕 왕송호수’
지하철 1호선 의왕역에서 20여 분이면 호반의 평화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휴식처, 왕송호수가 있다. 이곳은 70여 년 전 1948년, 의왕역 남쪽에 조성된 저수지다. 호숫가 너머로 지는 해와 수면에 드리운 노을이 아름다워 일몰 명소로도 유명하다.
만수 면적 0.96㎢(29만 평)의 호수는 워낙 넓어 구간을 정해 둘러보는 것이 좋다. 가족 나들이라면 레솔레파크 쪽을, 혼자만의 산책을 하고 싶다면 의왕레일바이크 정차장 인근을 추천한다.
복합 레저공간인 레솔레파크는 의왕시자연학습공원과 의왕레일파크, 집라인인 스카이레일, 캠핑장 등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의왕레일바이크 정차장 앞쪽, 원목 그네의자가 나란히 놓인 호숫가는 사색에 잠기기 좋은 지점이다.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청둥오리 떼가 운치를 더한다. 이따금 새가 자맥질하는 소리만 들릴 뿐, 사위가 고요한 호수는 지난날을 돌아보고 다가올 날을 그릴 여유를 준다.
◇ 30층 높이 전망대에서 끌어안은 도시의 모습 ‘구리타워’
서울에 N서울타워가 있다면 구리에는 구리타워가 있다. 구리타워는 구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일대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특히, 구리타워는 입장료가 무료여서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다.
이곳의 전신은 하루 140t에 달하는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던 구리시자원회수시설의 소각장 굴뚝이었다.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생기는 연기를 배출하던 굴뚝을 개조해 지상 100m 높이의 타워로 탈바꿈한 것이다.
구리타워는 고층 건물인 만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단 3개, 1층과 30층, 31층뿐이다. 1층은 타워의 입구 역할을 하고, 30층에는 전망대, 31층에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높아 보이기만 했던 건물들이 점점 작아져 전망대에 가는 것을 실감한다. 지상 80m 높이의 전망대는 외벽을 48각의 유리로 빙 둘러놓았다. 맑은 날에는 군데군데 놓인 망원경을 이용해도 좋겠다.
31층에는 360˚회전식 레스토랑, SKY100이 자리한다. 지상 100m 높이의 스카이라운지에서 구리 전경을 발아래 두고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