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귀신(?), 드라큘라의 나라, 루마니아에 ’마녀‘라는 직업이 있는 것을 아시는지.
우리나라의 역술인처럼 ’주술, 점술을 하는 존재‘ 정도로 여긴다지만, 루마니아의 미신숭배는 유난하다. 국가적으로 대통령 주재하에 ’악령 쫓는 행위‘를 벌인 적도 있다. 독재자 니콜라 차우셰스쿠(1989년 민중혁명으로 처형) 부부가 개인 마녀를 두고 미래를 점치곤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루마니아의 직업 ’마녀‘가 별난 것은 ’마녀‘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중세기 기독교 박해 당시 수많은 여성이 억울하게 마녀 재판대에 올려져 끔찍한 고문 후 화형 당했다. 1563년 제정, 173년간 시행된 ’마녀법‘으로 6만~10만명 가까운 여성들이 처형되었다. 마녀로 몰린 여성들은, 실상, 고아로 컸거나 장애가 있는 등, 주변의 보호와 변호를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지배층은 마녀사냥을 종교전쟁과 페스트 등의 전염병 창궐, 기근 등으로 인해 분개한 민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치쇼로도 썼다. 이 인권지옥의 역사가 ’마녀‘란 단어를 오염시켰는데, 실상 마녀의 영어단어 ’Witch’는 기독교가 퍼지기 전에는 나쁘게만 쓰이지 않았다.
고대부터 존재한 마녀는, 남녀 성별 없이 요술을 부리는 이들을 넓게 지칭한 단어였다. 마녀들 중에는 오늘날의 상담사처럼 마음의 치유자도 많았다.
오늘날 루마니아의 직업, ‘마녀’는 국민들에게 중세 이전처럼 처우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마녀들이, 10여년 전, 분기탱천해 다뉴브 강가에 피켓을 들고 모여들었다.
루마니아 정부가 그들에게도 세금을 걷겠다고 공포한 다음이다. 미신행위 직종은 노동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었는데, 재정난 극복을 위해 소득세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다뉴브 강가에서 마녀들은 소리 높여 ‘정부에 집단저주를 내리겠다’고 경고하고 저주의 구체적 내용도 밝혔다. 다뉴브 강에 고양이 똥과 죽은 개, 독초 등을 풀어 정부 관리들에게 사악한 기운이 내리는 마법을 걸겠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보고 ‘나의 다뉴브 강’ 이 역류했다.
‘나의 다뉴브 강’은 어떤 곳이었던가. 청춘의 절정기이던 20대, 노래방 애창곡 중 하나가 ‘사의 찬미‘였다. 사랑도 일도, 되는 일 하나 없어 술로 자해하던 한 때, 그 노래가 지혈을 해주었다. ’사의 찬미‘ 는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였던 윤심덕(1897-1926)이 노랫말을 짓고(확실하지 않은 설이다) 불러 대히트를 친 곡이다. 인기의 배경에는 윤심덕이 유부남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 현해탄에 동반 투신한 사건이 있었다. 그 노래가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월드뮤직에 빠지면서 원곡이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i,1845-1902)의 ’다뉴브강의 잔물결(Waves of The Danube Waltz)‘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보지 않았던 다뉴브강에 대한 동경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마녀가 루마니아에서 과세 대상인, 어엿한 노동자라지만, ’마녀들의 다뉴브 강가 집단저주 해프닝‘은 청춘의 추억, 선망 일렁이는 ’나의 다뉴브 강‘의 순결한 환상에 금을 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