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해월 최시형

2023.03.06 06:00:00 13면

 

 

동학(東學)은 우리나라의 전통 가치관과 정서를 바탕으로 탄생한 사상이자 종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동학은 한국을 대표하는 학문이었다. 1860년 수운 최제우에 의해서 창도(創道)된 동학은 사람이 곧 하늘(인내천)이라는 개인의 자각을 통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이념으로 구체화 되었다. 삽시간에 전국으로 확산된 동학은 1894년 신분제의 질곡에 처했던 백성들 스스로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외치며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비록 혁명은 좌절되었지만, 가슴속에는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이상이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 채로 남아있다.

 

동학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동학학회에서는 해마다 많은 연구서를 내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동학이 전국에 전파되었는가도 그중에 하나이다. 창도자인 최제우가 동학을 알린 기간은 불과 1년 남짓임에도 30여 년 뒤 동학혁명에는 수십만의 백성이 참여하였다. 심지어는 동학을 계승한 천도교는 1919년에는 3백만 명에 이르는 교인을 가진 조선 최대 종단이 되어 교주인 손병희의 주도하에 3·1혁명을 선도했다. 3·1혁명은 제2의 동학혁명이라 할 정도로 닮은꼴이 많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에 의해서 동학은 확산할 수 있었는가? 그 중심인물이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다.

 

최시형. 그는 스승 최제우가 대구에서 참수된 이후 전국에 지명수배되어 3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관의 추적을 피해 다녀야 했다. 보따리 하나 메고 전국을 다닌 그의 별명은 ‘최보따리’였다. 심심산골에서 몇 날 며칠 밤을 굶주림 속에서 보내야 하는 등 간난신고 속에서 그는 민초들에게 동학의 가르침을 전달하였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전통적으로 잘 생기고 말 잘하고 글씨 좋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을 리더라고 하며 따르는 이가 많은 법인데 그는 어느 것 하나 충족된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양반 상놈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그를 흠모하고 따르며 존경의 끈을 놓지를 않았다. 그가 다녀간 자리에서는 반드시 마당포덕이라고 해서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동학에 입도하였다. 그래서 해월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동학을 이해할 수 없고, 1894년의 동학혁명이 왜 전국적인 저항운동으로 확대되었는지 그리고 3·1혁명에서는 어떻게 비폭력 저항운동이 나왔는지를 알 재간이 없다.

 

인물 평전 저술이라는 독보적인 글쓰기 영역을 개척해 오신 전 독립기념관 관장 김삼웅 선생이 오늘 『해월 최시형 평전』(2023, 미디어샘)이라는 작은 책을 출간했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이 완성되기까지 해월의 삶과 사상이 망라되어있는 탁월한 저술이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이지만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동학에 관심이 있거나 생명, 평화, 환경, 여성, 어린이 운동을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사람을 하늘처럼 대했던 그의 삶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대의 리더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말이다.

임형진 mono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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