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더미’ 한전·가스공사 방만 경영 행태, 민심에 반한다 

2023.03.29 06:00:00 13면

최악 실적에 억대 연봉자 늘고 외유성 출장 논란까지 일어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방만 경영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공사, 한전KDN의 임원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총 12차례 다녀온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한전과 가스공사 임직원들의 급여가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른 사실도 입줄에 오르내리는 판이다. 민심을 자극하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혁신돼야 한다. 국민과 동고동락할 줄 모르는 공기업 풍토가 국익에 무슨 보탬이 되나. 


지난해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직원은 한국전력공사 3589명(15%), 한국가스공사 1415명(34%)이다. 한전의 경우, 지난 2018년 1752명(7.8%)에 불과했던 연봉 1억 이상 직원은 2021년 3000명 돌파를 비롯 최근 5년간 연속 증가했다. 한전의 경우, 2018년 1조952억원, 2019년 2조59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시기에도 억대 연봉자는 10~13% 늘었다.


한국가스공사의 억대 연봉자는 2019년 964명에서 2020년 1134명으로 늘어난 뒤 2021년 942명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 2021년보다 46.8%나 증가했다. 임원들의 보수를 낮추기로 했지만, 지난해 등기이사와 감사의 평균 연봉은 1억 6378만원으로서 한 해 전에 비해 오히려 3216만원이 올랐다. 정부 경영평가 등급이 D에서 C로 올라갔다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결과다.


한전·한전KDN의 외유성 출장 행태도 가관이다. 산업부가 비위 제보에 따라 적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한전 임원은 총 5차례(8개국), 한전KDN 임원은 7차례(14개국)에 걸쳐 부적절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비대면 방식을 우선 활용하고, 해외 출장은 자제할 것을 당부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공적으로 제공된 렌트 차량과 가이드를 이용해 요르단 페트라 유적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베트남 하롱베이 등과 같은 유명도시를 관람했다. 더욱이 한전 임원은 319만8000원, 한전KDN 임원은 256만2000원의 식사 비용이나 차량 제공 비용 등을 해외지사·법인 관계자들에게 떠넘겼다. 이들은 팬데믹 수칙과 상관없이 출장지에서 따로 만나 4차례나 부적절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정부가 국민에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는 판에 이들은 공공요금 인상 시름에 빠진 국민의 뒤통수를 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산업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하는데, 해당 임원들은 이미 퇴직했거나, 퇴임 직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의 풍토 자체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논란이 될 때만 핑계와 변명에만 골몰하며 시간이나 보내는 형식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못하는 짓이 없고, 들킨 사람만 재수가 없을 따름이라고 여기는 윤리 수준으로는 도무지 이 악순환은 끊어낼 수가 없다. 사리사욕에 포획된 공직기강,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공직 풍토를 일신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 압박하고, 공직자들은 숨어서 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쓸 참인가. 이건 안 될 일이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