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가짜뉴스로 1조원 날린 폭스뉴스

2023.04.25 06:00:00 13면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 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 발언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역대 대통령 연설기록 8980건 중 ‘사기꾼’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예민해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연설한 그날,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사에 우리 돈 약 1조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미니언사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주에 투·개표기를 공급했다. 이 배상금은 언론사의 명예훼손 소송금액 중 역대 세계 최고다. 기존 최고액은 2017년 ABC뉴스가 육류 가공업체 비프 프로덕트에 지급한 약 2700억 원이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도미니언사가 바이든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 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다. 도미니언사는 앞서 2021년 1월 폭스뉴스를 상대로 약 2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부분 국내언론은 폭스뉴스의 배상금 지급 소식을 보도했다. 중앙과 동아는 20일자(목) 국제면 기사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국제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방송도 SBS를 제외한 공중파, 종편, 케이블 뉴스채널도 이 기사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20일자 1면과 종합면 두 개 지면을 할애해 비중 있게 다뤘다. 그뿐이 아니었다. 다음날(금)은 이 기사를 보도했던 기자가 오피니언 면에 <거짓말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사설도 <가짜뉴스로 美는 1조원 배상, 韓은 오히려 돈 벌고 정치 이득>이라는 논지를 폈다. 가짜뉴스의 사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특정 진영의 사례만 들었다.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어 22일 토요판에서는 국제면 톱기사로 <낚시성 기사로 SNS 휘어잡던 온라인 뉴스 폐업>이란 기사를 다뤘다. 미국 버즈피드가 뉴스부분 사업을 시작한지 12년만에 폐업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북섹션도 <가짜뉴스는 ‘완전 거짓’이 아닌 ‘반쪽 진실’로 당신을 홀린다>제목으로 폭스뉴스 사태로 본 가짜뉴스 메커니즘을 다뤘다. 


윤 대통령의 사기꾼 발언이 대통령의 언어로 적절했는지를 차치하고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가짜뉴스 폐해 의제화는 조선일보 일부 보도가 반쪽 진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귀를 열고 있는가? 보수언론 폭스뉴스의 독선이 부른 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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