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 근절대책, 지금 수준으론 ‘어림없다’

2023.05.02 06:00:00 13면

처벌 만능 넘어 ‘풍토개혁’ 차원에서 인식 변화 견인을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는 중에도 지각없는 음주 운전행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경찰의 단속을 강화하고 대법원이 나서서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 음주운전 행태가 효과적으로 개선되리라는 기대는 무리다.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를 바꿔낼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살인 범죄 행동’과 다름없다는 엄중한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지난달 말일 오후 1시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원 광교호수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간불시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이날 경찰은 불과 2시간 동안 현장에서 면허 정지 2명, 훈방 조치 4명 등 총 6명을 적발했다. 얼마 전 경찰이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인근 도로 431곳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한 결과 낮 2시간 동안 무려 55명을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달 초 대전에서 전직 공무원의 만취 운전 승용차에 9세 여자 초등학생이 숨졌다. 울산에서는 20대 여성이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서울 주택가에서는 장애인 가장이 음주뺑소니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음주운전 행위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이쯤 되면 우리 국민의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상태다.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희박하고 ‘안 걸리면 괜찮다’는 어리석은 심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대법원 소속 양형위원회가 나서서 그동안 없었던 스쿨존 교통 범죄와 음주·무면허운전 범죄의 양형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스쿨존에서 음주 운전하다가 어린이를 치면 경합범 가중으로 중형에 처하도록 했다. 중상해나 난폭운전 등 가중 인자가 있다면 최고 징역 5년까지 처벌된다. 사망했다면 1년 6개월∼8년까지 선고된다.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양형기준도 새로 만들었다. 스쿨존 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으로 운전하다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고 징역 10년 6개월이 선고된다. 다친 아이를 옮긴 뒤 신고 없이 달아나면 16년 3개월까지 형량이 늘어난다. 미래 주역인 어린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음주운전 전체 적발자 중 2회 이상 단속된 사람 비중이 무려 45%에 달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통계는 상당수의 음주 운전자들이 ‘습관성’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종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는 얘기다. ‘마약과의 전쟁’처럼, ‘음주운전과의 전쟁’이 필요하다는 명징한 이유다. 


‘술을 입에 대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는 상식이 전 국민에 통용돼야 한다. 짧은 거리일지도 술자리에는 차량을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차를 타고 갔다면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일상의 원칙이 돼야 한다. 동석한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말리지 않는 풍토도 확실히 개선돼야 한다. 


법·제도 강화는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음주운전을 금기시하고, 자신이든 남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돼야 한다. 오늘도 길거리에 나선 가족이 지각없는 음주 운전자의 살인적 행동과 안일한 인식 앞에 위태로이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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