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니

2023.05.11 06:00:00 13면

 

며칠 전 밤에 귀가를 위해 내리막 도로를 운전하는데 갑자기 ‘펑’하는 굉음에 차를 세웠다. 이미 차는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덜컹거리고 있었다. 겨우 갓길에 주차하고 살펴보니 오른쪽 바퀴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도로 이물질에 타이어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일단 차를 옆으로 옮기고 보험사 긴급출동을 불렀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 끝에 긴급출동 기사가 도착해 차를 살피고 있는데 경찰 패트롤카가 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대뜸 음주측정기를 들이밀었다. 차가 어떤 상태인지 살핀 후에 하자고 하니 막무가내였다. 결국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공무집행 중이니깐.. 비상타이어로 교체하고 현장을 벗어난 후, 다음날 앞바퀴 두 쪽을 모두 교체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종료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찰의 대응이 못내 아쉬웠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선후가 어긋났다는 느낌이었다. 수습을 돕고 난 이후 음주측정을 해도 될 문제였다. 화투패를 거꾸로 치는 경우가 어디 경찰 뿐이랴? 5월 10일로 취임 1년을 지난 윤석열정권.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나락을 향한 폭주였다. 내리막길에서 질주하다 펑크가 났다. 일단 안전조치를 한 후 사고수습을 해야 할 상황에 음주측정기부터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꼴이다. 지난 1년 대한민국의 무역적자 600억 달러, 부자감세와 경기침체로 재정적자는 깊어지고 금융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 그런데 입만 떼면 전 정권 탓이요 야당 때문이란다.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불어대는 나팔이 똑같은 타령뿐이라면 이건 나팔수를 잘못 뽑은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 노래 한 곡 부르고 돌아오니 길거리마다 역대급 방미외교라며 자화자찬 현수막이 나붙었다. 나가기만 하면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어떤 분 왈, “영부인이 옆에서 탬버린까지 치지 않은게 다행스러웠다” 느닷없이 찾아온 기시다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만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말 안해도 알아서 사죄로 이해해주고 난제가 생기면 먼저 해법까지 마련해주니 일본 입장에선 ‘우리 윤석열대통령’이다. 그러니 일본언론들은 “총리가 더 확실하게 사죄표명을 했어야 한다. 국내반발을 무릅쓰고 관계회복을 밀어부친 윤대통령을 배려했어야 한다”고 되려 걱정해주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양, 속초, 고성을 맡았던 3지대장 양희동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온몸에 불을 질렀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긴채. 현해탄과 태평양을 넘나들며 배려가 넘치던 대통령은 건설노동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건폭이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하라”는 대통령의 하명이 불러온 무리한 수사가 빚은 참사였다.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수렁에서 헤어날줄 모르는 지지율에 특효약은 북한때리기와 노조때리기 두가지 뿐이라는 것을.. 외교가 파탄지경이 되고 나라경제가 거덜이 나면 죽어나는 것은 가장 힘없는 노동자, 서민계층일 뿐이다. 정권의 폭주가 이어지는 한 벼랑끝에 몰린 노동자의 존엄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아.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니, 아니 4년이나 남았다니. 이 찬란한 봄날에 나는 절망하고 있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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