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사각형 위 우뚝 솟아있는 원형 매스, 어딘가 낯익은 Y자 형태의 계단.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쏙 빼닮은 이 목재 조형물들은 디자인 스튜지오 씨오엠의 ‘미술관 조각 모음’이다.
미술관 약 1만 평의 대지 위 건물들이 손에 잡힐 듯 작게 모여 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미술관을 새롭게 인지해볼 수 있다.
올해로 42주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 ‘젊은 모색’이 선정 장르와 매체를 확대하고, 새로운 40년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한다.
지난달 과천관에서 개막한 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을 재맥락화하고 사유하는 작업들로 구성됐다.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뭎(손민선, 조형준), 박희찬, 백종관,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오혜진, 이다미, 정현, 조규엽, 추미림, 황동욱 등 13인(팀)이 참여해 건축가, 공간·가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미디어 아티스트 등 각자 활동 영역의 연장선에서 전시 주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해석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사라졌지만, 고스란히 그 자리를 지키는 미술관 공간을 사유하고 탐색한다.
김경태는 미술관 공간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기둥에 주목한 ‘일련의 기둥’을 선보인다. 전시 공간에서 외면 받고, 소외되던 기둥이 작품으로서 하나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기둥은 건축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전시 등에서는 기둥을 가리려고 하거나 골칫덩이로 여기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기둥이 돋보이는 전시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과 관람객을 잇는 작품도 있다. 오혜진의 ‘미술관 읽기’는 미술관의 시공간 정보를 새롭게 구성했다.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 관람객이 정보를 얻는 매체들을 전시 작품과 함께하는 기호이자 구성 요소들로 바라본다.
이 중에서도 미술관에 도달하기 까지의 여정을 보여 주는 ‘찾아오시는 길’은 과천관을 찾는 3가지 방법 셔틀버스, 도보, 코끼리 열차를 사운드와 영상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관람객이 미술관을 방문하며 느낀 시선과 소리들을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뭎의 ‘내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는 관객 동선 순환의 역할을 잃은 과천관 중앙홀 Y자형 계단을 다시 바라본다.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뤄진 ‘천왕문’, 레드카펫처럼 깔린 ‘용광로’, 계단 상부에 설치된 영상 ‘제단’ 등 3개 작업으로 구성돼 미술관을 진입하는 새로운 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오늘날 뮤지엄 건축이 어떤 모습과 태도야야 할지 살피는 이다미의 ‘드랙 뮤지엄’, 과천관 전시 기록을 재해석해 이미지와 글로 재편집한 정현의 ‘명명된 시점들’, 마블 머신의 원리를 활용해 나선 램프, 아트리움 등 과천관 건축을 은유한 박희찬의 ‘리추얼 머신’ 등을 감상할 수 있다.
1986년 개관한 오래된 미술관인 과천관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오는 9월 10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