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베테랑 공무원이 뭉친 ‘새빛민원실’ 시민 민원 '척척'

2023.06.20 16:49:14 6면

식물카페 느낌의 아늑한 공간에서 어떤 민원이든 경청하는 민원 서비스
부서·기관 간 업무 조정, 행정 절차 안내,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실마리 찾기
행정 업무 영역 넘어 ‘내 일’처럼 경청하며 적시 처리해 시민 공감 얻어

 

지난 4월10일 수원에 특별한 민원실이 생겼다. 수원시청 본관 입구 바로 왼쪽으로 자리 잡은 ‘새빛민원실’이다. 외관부터 제공되는 행정서비스까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다.

 

30년 가까운 경력의 팀장 이상급 공무원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가슴에 ‘베테랑 ○○○’이라는 이름표까지 달고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사후 만족도까지 챙기며 민원 해결사를 자처한다.

 

 

◇모호한 업무 경계를 가르는 베테랑

새로 시작된 새빛민원실의 핵심적인 역량은 부서간에 명확하지 않은 업무를 조정하는 부분에서 발휘된다.

 

민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정비 및 개발과 관련된 민원의 경우 다양한 법과 제도로 얽혀 있는 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해 담당 부서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민원인이 담당부서를 찾아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수원시는 ‘베테랑 공무원’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중이다.

 

개소 10일 만에 새빛민원실로 접수된 민원은 부서 간 업무 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통구의 한 일반음식점의 옥외영업 신고를 접수한 환경위생과에서 관련 규정을 검토하던 중 업무 경계가 모호한 점을 발견, 새빛민원실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다.

 

공동주택의 행위신고사항은 구청장에 위임된 업무이지만, 해당 위치가 공동주택 내 공용부분인 만큼 시청의 관할일 수도 있었다. 담당 부서들의 의견이 달라 명확하게 업무를 가를 수 없는 상황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이 조정에 나섰다.

 

시청 담당 부서에서 관련 서류를 구청으로 보내고 구청에서 의견을 회신함으로써 민원을 조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중재했다.

 

 

◇‘내 일’처럼 고민하는 민원 컨설턴트

새빛민원실은 원스톱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행정적인 절차와 진행이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들을 대신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행정 처리를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새빛민원실에는 한 민원인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위한 행정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수원에서 축산물가공업을 시작하려 한 그는 허가를 위해 수원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관련 업무는 수원시 소관이 아닌 경기도의 소관이었다. 민원을 접수한 베테랑 공무원은 민원인이 앞으로 처리해야 할 절차를 정확하게 안내해 민원인이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업을 하려는 건물을 직접 열람해보며 용도변경 관련 문제와 폐수배출시설 신고 등 필요한 사전 조치와 서류 등을 안내한 뒤 도청의 어떤 부서를 방문해야 하는지까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방법을 찾는 ‘감동 행정’

특히 민원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시간과 마음을 내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은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강점이다.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경청만으로도 민원인들이 만족하기도 한다.

 

새빛민원실의 경청과 적극적인 민원 해결 태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지난 5월 새빛민원실을 찾은 한 할머니는 가방에서 낡은 호적등본을 꺼내 보여주며 입양된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기억해 뒀던 입양기관의 위치가 수원이어서 찾아가 봤지만 40년 이상 흐른 지금은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고, 숱한 날들을 헤매다가 새빛민원실로 오게 됐다고 했다.

 

1시간여가 넘는 시간 동안 입양과 관련된 기관 여러 곳을 확인한 끝에 입양사후관리서비스를 지원하는 한 기관을 통해 아들의 입양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46년 만에 아들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는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그제야 얼굴색이 밝아졌다. 새빛민원실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서류는 물론 입양인 찾기 신청 서류 작성까지 도운 뒤 민원처리가 마무리됐다.

 

최영희 팀장은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민원의 반 이상이 해결된다”며 “경험과 노하우를 더해 성심껏 민원을 처리한 뒤 한결 가볍고 수월한 얼굴로 돌아가는 민원인을 보면 새빛민원실이 시민을 빛나게 해드린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새빛민원실, 소통하는 혁신행정 개척

새빛민원실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7월 민선8기를 시작한 이재준 시장은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빼놓지 않고 ‘혁신민원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원 처리를 위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고, 민원인이 카페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동안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유일무이한 민원 친화적인 소통 서비스다.

 

새빛민원실을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줄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외부 정원 조성 공사가 이달 말 끝나면 새빛민원실 오픈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또 내달부터 통합민원실이 본청 1층 오른편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어서 7월이면 시청 1층 로비가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재준 시장은 “앞으로 새빛민원실은 시민들에게 혁신적인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무 부서간 연계와 화합을 이끌어 정책 방향을 정리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소통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영철 기자 ]

김영철 기자 ye00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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