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무대는 세르비아의 군용 무기 고물상이다.
‘니콜라 막수라’라는 한 예술가가, 매주 이곳을 방문해 예술 재료를 찾는다. 고물 무기더미에서 예술재료? 그것도, 가급적 전쟁의 최일선에 섰던 무기들, 또 가급적 전장의 핏자국이 얼룩진(물론 은유다. 살상무기를 선호한다는 뜻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무기들을 고른다. 그 섬뜩한 살인무기들은 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 탈바꿈한다. 이를테면 M70소총과 군용 헬멧으로 만든 기타, 바주카포와 군용 가스통으로 만든 첼로, 탱크로 만든 타악기.......등이다. 막수라의 꿈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참전용사들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하고 싶습니다.”
‘처치 못해 쌓여있는 무기 고물더미’는 세르비아의 상흔을 말해준다. 그 ‘상흔’이란 유고슬라비아 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상처일 것이다. 세르비아 얘기 나오다 갑자기 왜 유고슬라비아? 라고 묻는 이들도 있을 듯 하다. MZ세대 중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유고슬라비아란 국명이 금시초문인 이들도 있을 듯 하고. 요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음울한 지구촌에 세르비아-코스보 사이의 전운이 연일 토픽이던데, 이를 보고 ‘그런데, 둘이 왜 싸워?’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이해한다. 이들 나라이름이 속한 발칸반도의 역사는 머리 아프다. 산악지대 많아 복잡한 지형처럼 민족도, 종교도, 이해관계도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제대로 설명하려면, 위에 언급한 나라 말고도 (사라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했던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북마케도니아 등의 이름도 끌어내야 한다. 들여다볼수록 (풀고 풀다 확 가위로 끊고 싶은) 엉킨 실타래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월드뮤직을 소개하려면, 집시의 영혼을 품은 땅 발칸반도를 지나칠 수는 없으니.
한 번에 못 끝내고 2회에 나눠 소개하는 이유다.
발칸 반도는 기원전 일리안족이 살고 있던 땅으로, 5세기 이후, 훈족의 서방 침략을 피해 남하한 슬라브인들이 대거 내려와 살게 된다. 이 땅을 여러 강국의 혓바닥이 끊임없이 핥고 지나간다. 3세기의 로마, 5세기-9세기의 아시아계 유목민 아바르족, 13세기의 몽골 타타르족......그리고 16세기의 오스만 튀르크는 무려 400년간 이 땅을 지배한다. (‘발칸’은 ‘산’이라는 뜻의 오스만 튀르크어로,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 걸쳐있는 발칸 산맥 이남 지역을 이르는 지명이었다. 19세기 이후에 반도 전체를 부르게 된다)
그러다 20세기 초, 세르비아는 오스만 제국에 맞선 발칸 전쟁으로 승기를 잡는다. 그리고 슬라브 민족을 통합하겠다는 야욕을 품는데 이는 발칸반도 안의 소국들을 범슬라브 주의로 묶어 통치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강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발칸반도 안의 보스니아를 점령해버린다.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한 사건 배경이다. 이 사건이 세계 1차 대전을 촉발시켰다. 이후 발칸반도의 100년 역사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