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여성들의 자유…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2023.07.25 07:05:25 10면

가부장적인 베르나르다와 다섯 딸 이야기
1930년대 억압된 여성과 자유 분출

 

어느 순간 의자가 떨어진다. 아델라가 죽었다. 네 자매는 비명을 지르며 엄마 베르나르다를 찾는다. 아델라는 첫째 언니인 앙구스티아스의 약혼자 빼빼와 사랑을 나누다 발각됐다. 언니에게 도둑년이라고 머리채를 잡히고, 넷째 언니 마르띠리오에게 비난받는다.

 

2018년 첫 무대를 가진 베르나르다 알바가 세 번째 무대를 갖는다. 원작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으로, 마이클 돈 라키우사가 작사, 작곡했다. 삼연 연출은 변유정이 맡았다.

 

여자는 바느질과 자수, 남자는 채찍과 말만 있으면 된다는 1930년대 스페인, 베르나르다 알바는 두 번째 남편 안토니우스를 잃는다. 그의 장례식 날, 사람들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가족에 대해 수군거린다. 5명의 딸들은 마을의 수준이 맞는 청년들이 없다고 결혼하지 못한다.

 

첫 번째 딸인 앙구스티아스는 빼빼와 약혼을 했는데, 자매들이 호감을 가지며 집안의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막내 아델라가 빼빼와 밀회하며 집안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넷째 마르띠리오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베르나르다가 거절한다.

 

하녀 폰시아만이 이 집의 변화를 감지한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베르나르다에게 경고하지만,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베르나르다는 그의 말을 무시한다. 딸들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안을 통제한다.

 

할머니는 결혼을 해 자유를 찾을 것이라며 노래하며 불안감을 키운다. 집안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베르나르다를 싫어하지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비관한다. 베르나르다의 강압은 그 시대 여성상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마을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집 안 창문에서 몰래 지켜봐야 하는 1930년대 여성들은 순종이 미덕이며 가부장제에 따르는 부수적 존재다. 자유연애도 금지된다. 몰래 아기를 낳는 등 집안의 명예를 더럽히면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매질을 당한다.

 

막내 아델라가 베르나르다에게 반항해 자유를 찾으려고 하지만, 베르나르다는 확고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해 자살한 아델라를 두고 베르나르다는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내 딸이 처녀로 죽었다”고 알리도록 한다.

 

‘내 고통은 배고픔이 아니며, 내 고난은 사랑의 아픔’이라고 말하는 자매들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한다. 아델라가 죽어가며 흘리는 눈물은 그 시대 분위기를 대변한다.

 

베르나르다의 고통과 이상적 여성상에 대한 그의 태도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의 단호한 연기는 극을 비극으로 이끈다. 베르나르다의 삶은 그 시대 여성이 갖지 못한 자유에 대해 여운을 남긴다.

 

베르나르다 역에 정영주, 한지연, 마리아 호세파 역에 강애심, 김희정이 출연한다. 폰시아 역은 민채원, 김현숙, 앙구스티아스 역에 이지현, 김지유가 맡았다. 마르띠리오 역에 박혜련, 신수민이 출연하며 아델라 역에 이지연, 최서연이 연기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8월 6일까지 서울시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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