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사라짐의 미학…최원준 개인전 ‘Blurring Scene’

2023.07.26 06:15:08 10면

공사장 너머의 풍경 레티큘러 작업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선정…8월 3일까지

 

공사장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다. 소리만 들려오던 거친 공사장 현장을 찍은 작가가 있다.

 

안양 아트 포 랩에서 열리는 최원준 개인전에서는 공사장 사진을 포함한 작품 21점을 볼 수 있다. 공사장 사진 외에도 전시의 주제인 ‘존재와 사라짐’을 재현한 작품 9점을 볼 수 있다. 공간을 활용해 사진을 재현한 것인데, 레티큘러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냈다.

 

작가가 공사장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다. 공사장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던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3년 간 50여 군데의 공사장을 돌았다. 공사장이지만 몇 칠 후면 사라지게 되는 존재를 기록하고자 했다.

 

특히 새벽에 공사장을 촬영했는데, 새벽 어스름이 주는 분위기에 매료됐다. 낮엔 출입금지로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반면 새벽엔 복잡하지 않고 실재를 더 잘 나타낼 수 있었다. 빛이 비치는 효과가 건물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준다기보다는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공사장의 흐름을 보여주려고 했다. 일상에서도 사라지는 효과들로 존재를 더욱 명확히 했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사진을 확대해 놓은 작품들에서 주제 의식은 더욱 명확해진다. 작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도안이 변화하거나 입체감을 표현하는 인쇄물인 렌티큘러(lenticular)를 이용해 ‘변화’와 ‘사라짐’을 구체화했다. 홀로그램처럼 존재했다가 사라진다.

 

 

또 공사장에서 쓰이는 단열재나 타일, 배수로 등을 이용해 실제 크기의 사물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물을 흐린 상태로 만들어 사진으로만 봤던 공사장 풍경을 실제로 구현했다. 관객은 전시장 내부를 걸으며 작가가 새벽 공사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렌티큘러를 이용한 작품들은 전시장에 맞게 만들어져 일회성이라는 것이다. 종이는 힘에 의해 변화하게 되며 전시가 끝난 후 버려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사장의 가변성을 대변한다. 또 사진의 영구성과 더욱 대비되는데, ‘사라짐’의 주제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푸르스름한 렌티큘러가 새벽의 어스름을 표현하며 ‘Blurring(흐려지는)’되는 작품들이 존재와 사라짐 사이에 있는 사물의 순간을 나타낸다. 전시는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원준 작가의 ‘Blurring Scene’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 및 후원한 ‘2023 경기예술지원’의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에 선정됐다.

 

존재하지만 사라지는 작품들은 8월 3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은 휴일 없이 운영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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