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 두만강 푸른 물에

2023.08.02 06:00:00 13면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 나…’

이것은 노래 가사이다. 김용호 작사 이시우 작곡 김정구 노래로 ‘눈물 젖은 두만강’이란 대중가요의 후렴이다.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과 애타는 기다림에 목이 메었을까. 나 또한 총각 때 애타게 불렀다.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셀프서비스로 부르기도 했다. 학교 졸업하고 기다리는 영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답답한 가슴 죄어드는데 사랑도 직장도 돈벌이도 되는 것이 없었다. 마치 하늘 없이 사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뒷산에 올라 목이 찢어지도록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지금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그 당시 나와 같은 심정으로 님을 부르며 그리워 할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건강한 꿈(님)이 절대적이다. 1980년 11월 ‘왕문사’에서 낸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이란 책 ‘군말’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衆生)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치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니라.…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엣 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는 어디로 갔오/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일제 강점기에 두만강을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게 총살을 당한 남편의 생일날 저녁, 남편의 아내가 오열하며 처절하게 울어대는 울음소리를 옆방에서 이시우 씨가 들었다. 그는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있다 이튿날 하숙집 주인에게 아내가 독립운동하러 떠난 남편이 그리워 울었다는 사정을 알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이시우는 김용호와 가사를 만들어 김정구의 목청에 실었다. 이처럼 시대의 이념과 대중의 감정이 얽힌 이 노래는 애국가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노래 속의 님은 ‘독립’이요. ‘조선’이었다. 그래서 김정구 가요 인생 65년 동안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 “김정구 ⟹ 눈물 젖은 두만강”이 된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태어난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원하는 때에 죽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라고 TV화면의 노인이 평온히 미소 짓고 있다고 한다. 2년 뒤인 2025년엔 7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게 되는 시점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플랜25'라는 정책을 만들었는데 75세 이상 노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게 정책의 골자요. 후생성이 제작한 공익 광고 내용이라는 것이다. 내 눈으로 본 게 아니어서 찜찜하면서도 노인 혐오의 극단을 치닫는가 싶어 씁쓰름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장마로써 산사태, 물난리, 지하도 물 폭탄으로 ‘하늘의 강, 땅의 강’이라는 천재지변이 생겨났다. ‘하늘의 강’이란 지구 상공을 떠돌고 있는 수증기 더미를 말한다. 평균 길이 600km에 최대 폭이 400km까지 이른다면서-. 삶이 무덥고 답답하고 풀리는 게 없을 때, 나도 모르게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고오옹 …’ 하고 입에서 가사가 흘러나온다. 두만강 푸른 물에 북한 주민들 안부를 물은 뒤, 그 속에 풍덩! 빠져들어 헤엄이라도 쳐보았으면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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