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하남시 공무원 A씨는 근무지 인근 아파트에서 추락해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대민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A씨는 평소 가족에게 ˝힘들어 휴직하고 싶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져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수원시 공무원 B씨는 지난 6월부터 악성 민원인 C씨의 반복적인 민원에 고통을 받고 있다. 민원인 C씨는 처리 불가 민원 해결을 요구하며 B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 차례 항의 전화를 해 B씨는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위에 사례처럼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지차체는 ´공무원 보호´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더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경기신문 취재 결과 경기도와 수원시 등 도내 18개 지자체는 공무원이 민원인의 폭언·폭행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조례는 악성 민원에 피해를 본 공무원에게 의료비, 휴식공간, 법률상담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가 악성 민원 피해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 대책에만 치중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악성 민원 등에 대한 예방 조치 및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면 문제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사후에 악성 민원에 따른 산업재해로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발생하는 악성 민원이 단순 폭언과 폭행의 형태가 아닌 지능적이고 교묘해져 이에 대한 자구책 마련도 필요하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악성 민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받는 사례들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알려지면서 가해자들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 변화한 악성 민원 방식은 처리 불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거나, 상담을 빙자한 업무방해, 고소·고발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관련 조례에 악성 민원에 대한 업무 매뉴얼, 대응책을 임의조항이 아닌 강제조항으로 명확하게 삽입하는 등 법제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유현실 경기도감정노동심리상담센터장은 ˝감정노동자 또는 공무원에 대한 보호, 지원 조례의 경우 대부분 보호, 지원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강제성이 부족하다˝며 ˝조례 개정을 통해 관련 사업 시행 및 조치 의무가 강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