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첫째, 청문회 줄행랑으로 스타가 된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주식파킹’논란에 대해 여당의원 조차 "명백한 통정매매이자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해명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며 비판했던 후보자이지만 윤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본다면 임명을 강행할걸로 예상했다.
사실 그랬다.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했던 장관후보자들 중에 각종 의혹에 휩싸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는가? 그럼에도 취임 17개월 동안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18명에 이른다. 법무부에서 한다던 인사검증은 도데체 하기는 하는건지, 이럴거면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회의가 들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김행후보자가 치명적 결격사유에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윤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리 없다에 한표’였다. 그런데 후보자가 사퇴했다. 놀라워라~
둘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힘의 김태우후보가 39.37%를 얻어 패배했다. 나에게 놀라운 일은 여권이 패배했다는 사실보다 40%에 근접한 득표율이었다.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청장 자격을 상실한 보궐선거 원인제공자가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을 받아 다시 그 자리에 출마했다. 이건 뭐 해고자 원직복직투쟁도 아니고 뭐지? 자기 때문에 낭비되는 국고 40억원을 “천억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있게 봐달라”며 뻔뻔스러움의 극치로 도배된 선거, 그래도 40% 가까운 유권자는 찍어주는 선거판, 말 그대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확인한다. 대통령이 사면권으로 ‘자기편은 확실하게 챙긴다’는 신호를 보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판사판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선거도, 인사도, 경제도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없다. 총체적 난국의 뿌리는 무엇일까?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분쇄해야 할 국정방해꾼으로 여기는 이상, 야당대표를 정치생명을 끊어야 할 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이상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다. 정치가 올바로 작동하지 않으면 나라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최근 아비규환의 수렁에 빠져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하마스의 테러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고 단순하게만 본다면 해법은 없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비판받아야 한다. 허나 왜 잔혹한 테러가 발생했을까?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정치의 출발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부패 사건으로 실각했던 네타냐후가 작년 11월 극우연정을 꾸려 총리로 복귀하면서부터 위기는 깊어졌다. 극우 시오니스트연정은 ‘야훼가 약속한 땅’이라며 가자와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확대하고 팔레스타인 말살정책을 벌여왔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극우정책들이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지만 외려 집권세력은 '사법부 기본법 개정안'을 공표하고 걸림돌이 되는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칠 뿐이었다. 가자지구를 230만명을 가둔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어가는 동안 이스라엘 내부의 비판자는 반역자로 탄압당했다. 누르면 터지기 마련이다.
대한민국도 세계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 평화나무는 자랄 수가 없다. 이 교훈을 대한민국이든 이스라엘이든 집권세력들이 깨달으면 좋겠다. 국민들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