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줄기가 이어지는 곳, 서쪽편 마을 중심부에 남향으로 자리 잡은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가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증한 4천여 점의 고문서를 활용한 종합 연구성과가 발표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 장서각은 ‘군포 속달마을과 동래정씨가 고문서’를 주제로 한 '2023년도 장서각 고문헌 학술대회'를 오는 17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개최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전국에 산재한 고문헌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기도 군포시에서 500여 년 간 대대로 살아온 동래정씨 종가에서 201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증한 4000여 점의 고문헌을 연구한 12편의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자리다.
동래정씨는 조선초기의 이름난 학자이자 관료인 정난종(1433∼1489)의 종가로 조선시대 명가 중 하나였다. 장서각은 2003년부터 해당 종가의 자료를 수집했으며, 7년 후 '고문서집성97'로 학계에 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장서각에서는 학계의 연구를 촉구하고 연구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종합 연구를 기획했다. 고문서집성의 자료를 알기 쉬운 정자체로 옮겨 써 연구 접근성을 높였고 인류학, 민속학, 건축학, 보존과학, 복식사 등과 관련한 주제를 개발하는 성과도 냈다. 이번 학술대회는 2022년 착수한 12편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다.
제1부 ‘군포 속달 동래정씨가의 전적과 유물’에서는 기증자료의 구성과 의미를 학술적으로 평가했다. 동래정씨 가문이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과 자료의 성격을 소개하고 중요 고서와 관복의 가치를 발견했다. 이들 고문헌과 유물에 대한 과학적 보존 성과도 함께 공개해 보존과학을 학술영역으로까지 확장했다. 특히, 전주대 유지복 연구교수가 분석한 <동래군필적>의 연구는 조선초기 서예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제2부 ‘동래정씨의 인물과 공간’에서는 조선시대 역사 속에 족적을 남긴 인물의 업적을 사료로 재평가하고, 그들이 살았던 속달마을이라는 공간을 살펴보았다. 동래정씨의 위상과 인물들의 활동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철학적 사유의 가치를 추적했다. 속달마을에 살았었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과 종가의 건축적 의미도 함께 살펴본다. 특히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은진 연구원이 연구한 덕원부사 정학묵의 관직생활에 대한 추적은 조선시대 관료의 일상을 다채롭게 하는 성과이기도 하다.
장서각은 그간 수집해온 고문헌을 연구해 다수의 학술대회와 학술서를 통해 그 성과를 계속 공개 해왔다. 충청도 고문헌을 연구한 '17세기 충청도 선비의 생활기록(2018)', 강원도 지역 자료를 연구한 '선교장과 관동 사대부가의 삶(2019)', 호남지역을 사례로 한 '호남 고문서 연구(2020)', 그리고 경상도 진주의 재령이씨 고문서를 연구한 '진주 마진 지령이씨 고문서연구(2023)'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수집한 고문헌의 연구 성과를 학술서를 통해 공개하기 전 학계를 통해 먼저 소개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