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소화기 내시경실에 검진을 받으러 환자가 많이 내원하고 있다. 내시경을 받고 나면 환자분들이 결과를 상담하러 많이들 오시는데, 그 중에서 항상 물어보는 것이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뿐만이 아니라 위암, 위점막 연관 림프종 등 다양한 위장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뒤로 이런 헬리코박터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최근 광학 기술의 발전으로 내시경 카메라의 화질이 예전과 비교하였을 때 급격하게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위 점막 조직의 소견에 대한 연구가 일본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조직 검사 등을 통해서 진단되었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내시경 소견’만으로 예측하고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내시경 소견
2017년 일본에서 발표된 교토 분류에 따르면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위 소견의 특징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염의 대표적인 소견으로 과형성 용종(Figure 1-A), 비후된 위 점막과 끈적끈적한 점액(Figure 1-B), 점상 발적(Figure 1-C), 그리고 닭살 모양의 결절(Figure 1-D)을 보여드릴 수 있다.
그 밖에도 미만성 발적, 황색종, 위축성 위염, 그리고 장상피 화생 등의 소견들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연관돼 있다. 이런 내시경 소견 하나만으로 헬리코박터 위염을 진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종합적인 위내시경 소견을 이용한 점수 체계를 이용하여 헬리코박터 위염을 진단할 수 있다.
▲비후된 위점막-진행성 위암 vs 비후성 위염
이 중에서 비후된 위 점막의 경우 소화기 내시경을 하는 의사들에게는 정말로 무서운 소견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비후된 위 점막을 가진 질환에는 비후성 위염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부에서는 보만 4형 진행성 위암 (Borrmann Type 4)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암을 놓치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빠른 시일 내에 말기로 진행될 수 있어, 진단을 놓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보만 4형 위암의 경우, 포셉 조직 검사를 통해서 진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위암이 깊은 근육층에 기원하고 있는 경우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und)
그래서 이런 위 점막을 가진 경우에는 내시경 초음파 (Endoscopic ultrasound, EUS)를 시행하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2023년 8월에 열린 국제 내시경 학회에서 내시경 초음파 소견을 이용한 연구를 제가 발표한 바 있다.
내시경 초음파로 비후된 위 점막을 관찰할 경우, 비후성 위염 등의 양성 질환에서는 위의 겉 부분에 위치하는 점막(mucosa), 점막하층(submucosa)의 비대가 도드라지고(Figure 2-A), 진행성 위암의 경우 고유 근육층(muscularis propria)의 비대가 돋보여(Figure 2-B) 어느 정도 감별을 할 수 있었고, 또한 이런 위 벽의 구조물들이 파괴되어서 혼합된 경우에는(Figure 2-C) 거의 100% 확률로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 비후된 위 점막 소견을 내시경 결과에서 들을 경우 지체 없이 내시경 초음파가 가능한 병원으로 내원해 검사받는 것이 좋겠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