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입지? 옷은 오늘의 기분과 상태를 나타낸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입었던 옷을 정리하고 갈아입을 옷을 정한다. 내 취향과 오늘의 기분에 따라 범위를 정하고, 사회적 규범과 현실적 제약에 맞게 폭을 좁힌다. 날씨와 오늘 할 일, 만날 사람을 고려하기도 한다.
경기도박물관에서 17세기 사대부가의 복식문화를 생생히 볼 수 있는 전시와 그 복식에 그려진 무늬들에 영감을 받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오늘 뭐 입지’에선 청송 심씨 사평공파 문중이 기증한 유물 200여 점을 볼 수 있다.
청송 심씨 사평공파는 세종의 국구인 5세손 안효공 심온의 후손으로,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산의곡에서 수세기 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 최근 광교신도시 개발로 안효공 묘역 일부만 남고 모두 수용되자 그 주변에 있던 선영들이 모두 이장, 합봉됐다.
1부 ‘삶을 담은 옷가지: 조선 후기 여성 옷’에선 심연(沈演기, 1587-1646)의 부인 전주 이씨와 그의 할머니 나주 박씨가 입던 옷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대표 예복인 원삼, 외출할 때 겉에 썼던 장옷, 양반가 여성의 예복인 당의가 화려한 자수와 함께 복원돼 있다.
2부 ‘겹겹이 품은 이야기: 조선 후기 남성 옷’에선 심연의 복식을 볼 수 있다. 심연은 출토 당시 바지와 한삼, 중치막 3점, 대창의, 철릭, 단령을 겹겹이 입고 있었는데, 옷의 상태가 매우 좋아 조선시대 후기 남성의 복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3부 ‘무덤에서 박물관까지’에선 조선시대 옷을 무덤에서 수습하고 연구를 거쳐 재현과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한다. 출토 당시의 관의 모습과 복식의 강화처리 과정, 세척, 형태보정까지 연구진의 노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전시 ‘구름 물결 꽃 바람’은 의복에 사용됐던 구름, 나비, 꽃, 물결, 나무, 동물들의 무늬를 전시한다. 나비 무늬로 장식한 보자기, 당초무늬로 장식한 나전칠기함, 매화 무늬로 장식한 머리카락 주머니 등이 행복과 장수, 영화를 염원한 선조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구름 물결 꽃 바람’은 무장애 전시로 진행되는데, 신선들의 잔치를 그린 조선 후기 8폭의 병풍 요지연도를 3D프린터를 이용해 재현하는 등 장애인을 배려한 구성이 돋보인다. 점자와 수어, 향기를 이용한 무늬 찾기, 영상을 이용한 무늬 배우기 등도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윤회 경기도박물관 학예실장은 “사실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체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 점을 먼저 인정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배려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영은 경기도박물관 학예운영실장은 “유물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뭘 보여줄까 선별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복식 특별전을 몇 차례 진행했지만,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하루 세 번 전시 해설을 위한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며, 시각·발달 장애인 및 고령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전시는 2024년 3월 10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은 휴관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