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지난해 12월 개관한 이후 1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 ‘남겨진, 남겨질’에서는 농업이 정착한 후 우리 곁에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전하며 미래 농업의 가능성에 대해 전한다.
1부 ‘도전의 시작: 불리한 자연환경 극복을 위한 도전’에서는 1452년 ‘고려사절요’에서부터 1884년 고종21시대 기록까지 역사 속에서 농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2세기 ‘삼국사기’에는 권농 정책을 펼쳤던 신라왕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으며 17세기 ‘남사록’에는 제주에 파견된 김성헌의 인문·자연 환경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선조들에게 농사는 국가의 근본이었지만, 부족한 농토, 바위와 돌이 많은 척박한 땅, 마실 물조차 없는 가뭄 등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이에 자갈을 헤치고 흙을 개선해 씨앗을 심기에 적절한 땅으로 변화시켰다. 물을 끌어오기 위해 제방을 개축하기도 했다. 농사에 이용된 따비, 호미, 남태, 지게 등이 재현돼 있다.
2부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에서는 과거서부터 내려오던 농업이 현재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 지정된 ‘국가중요농업유산’과 그 중 척박한 토지를 극복한 전라남도 청산도의 ‘구들장논’, 저수지를 개조해 가뭄을 극복한 경상북도 의성의 ‘전통 수리 농업’,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올린 제주도의 ‘밭담 농업’을 소개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국가가 지정한 전통 농업 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모든 산물을 가리키는데 2013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해 현재 18호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금산 인삼농업 등이 지정돼 있다.
청산도 구들장 논은 계단식 논으로, 수로를 논 밑으로 연결하고 쌓은 구들 위로 진흙을 덮어 틈새를 메운 후 흙을 깔은 형태다. 경작지가 작고 돌이 많은 지형을 극복해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의성의 ‘전통 수리 농업’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저수지를 이용해 농업용수를 확보한 사례다. 의성 지역 사람들은 심통을 파고 다지고 물매래 작업을 거쳐 수통을 설치했다. 그 위로 심통을 쌓고 그 위로 파도석을 쌓아 그때그때 물을 당겨쓰는 수리 시설을 완성했다.
제주의 밭담은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2.5m 높이로 쌓아 올린 담이다. 바다에서 넘어오는 큰 파도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며 바람을 막아 밭작물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말로부터 경작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강풍에 담이 쓰러지지 않도록 구멍을 뚫어 놓았다.
3부 '공존의 시작'에는 이런 청산도와 의성, 제주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상영한다. 한 벽면을 메운 거대한 크기의 화면에서 세 곳의 영상이 차례로 흘러나오며 지형과 경작물, 사람들의 모습이 나와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후에는 책으로 미래의 농업 형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땅을 개척하고 지역마다 특유의 방식으로 이어온 농업을 살펴보고 그 가치와 보존해야 할 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남겨진, 남겨질’은 2024년 3월 3일까지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