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헤쳐모여당’을 ‘제3지대’라 부르는 한국 언론

2024.02.19 06:00:00 13면

최인숙 경기신문 논설주간

▲ 최인숙 경기신문 논설주간

 

“한국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언론입니다. 언론이 바뀌면 한국 민주주의가 50년 앞서 나갈 것입니다.” 유학에서 돌아와 강단에 선 필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 언젠가부터 기성언론이 앞장서 ‘운동권 기득권’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득권은 어떠한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 아니던가.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은근 슬쩍 여론 편에 다가와 탄핵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양면의 얼굴 야누스다.

 

4.10 총선도 그들이 좌지우지 할듯하다. 그들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말을 대서특필하기에 급급하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대 전문가 프레임으로 총선의 포문을 열었다. 임종석 대 윤희숙, 정청래 대 김경률...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이들 중 누가 더 정치 전문가인가? 임종석, 정청래 등은 필시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 정치권에 들어가 정치를 경험한 정치 전문가다. 반면에 윤희숙, 김경률은 정치권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정치 초년생이다. 그런데 진위를 따져보지 않고 한 위원장의 말을 표제어로 덜컥 뽑는 저의는 무엇인가. 총선 정국을 정책선거가 아닌 빈탕선거로 또 몰아가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중립을 표방한다. 따라서 그 누구의 편에도 설 생각이 없다. 단지 잘 못된 것을 잘 못 됐다고 누군가가 지적해 주길 원하는 데 그런 사람이 없기에 나선 것뿐이다. 그러니 필자를 민주당으로 엮어 이 글을 왜곡시킬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언론이 ‘제3지대’니 ‘빅텐트’니 하는 단어를 써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이 용어를 맨 먼저 사용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생정치단체(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를 제3지대라 부르는 건 양심 없는 일이다. 이들은 대의명분 없이 이 정당 저 정당과 불협화음을 내고 떨어져 나온 사람들에 불과하다.

 

제3지대란 본래 ‘여당과 야당에 대항하는 정치 세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 새로운 선택... 이들 중 누가 도대체 대항세력이란 말인가? 제3지대하면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가 생각난다. 2014년 5월 등장한 이 정당은 “우리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분노를 정치적 변화로 전환하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성 정당과 달리 분열을 넘어 기권자, 특히 젊은이들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엘리트 부패와의 싸움, 에너지 주권, 긴축 정책 거부, 자유 언론 수호, 디지털 민주주의 및 세속주의 등. 굵직한 이슈를 선거에서 쟁점화 시켰다. 그렇담 소위 제3지대인 개혁신당의 선거 쟁점은 무엇인가? 노인 무임승차권 폐지? 고작 또 갈라치기란 말인가?

 

서구 정치의 알맹이 대신 표피만 가져와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한국 정치판의 관행을 불식시키려면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이자 제4의 권력인 언론이 본분을 망각한 채 아무거나 마구 써댄다면 이는 필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고 말 것이다. 정치인이 시답지 않은 프레임으로 선거를 혼탁 시키려 들면 그걸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1980년대 초 프랑스 극우 정당 르펜이 등장했을 때 프랑스의 메이저 언론은 그에게 절대 마이크를 주지 않았다. 언론의 이러한 조치는 르펜의 부상에 큰 걸림돌이 됐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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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고
    2024-02-20 19:32:04

    언론인도 한 사람의 개인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노골적이고 편향적인 기사에 지쳐 어느 순간 정치 기사는 잘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립적이면서도 명확한 글을 보니 우리 정치와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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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곤
    2024-02-20 08:43:07

    최박사님을 통하여 많은 것을 알게되어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박사님 글이 맞고 동감입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진실을 찾을 수가없고
    가장 부패한 집단이 언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인권이란 조금도 없으니,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람을사용만하고,
    오히려 물건을 사랑하는
    세상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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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
    2024-02-20 07:39:13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모든 것이 얽히고 설키어 흘러간다. 그런가운데 4월 총선이 시작되며 민의를 묻는다 하는데 과연 어디에 민의가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서 최인숙교수님의 이 칼럼은 새삼 정치와 언론을 돌아 보아야 하는 글을 주신 것 같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살아온지 30년이란 시간속에서 중앙정치는 모르지만 오사카지방 정치의 핵 오사카 유신당의 모습을 보며 더 민의에 가까워지려는 모습에 공감을 느끼며 이러한 모슴의 제안이 이 칼럼에 담기지 않았나 깊이 새겨 보게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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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破甑不顧
    2024-02-20 00:52:53

    모처럼 속시원한 칼럼을 읽게되어 목에 걸린 가시가
    확~ 내려간듯 하다.

    요즘 言論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더 한심하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뽑아 줬더니
    자리에 연연하고 어떻게하면 공천을 받을까?
    힘있는 자에게 굽신거리고 할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갑기 그지없다.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못한 현실을 속 시원하게 칼럼을 써주신 최인숙 논설주간님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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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은경
    2024-02-19 23:49:46

    이 글을 읽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정곡을 찌르셨네요.
    요즘은 정치판 보는 것이 가장 지겹고 힘듭니다.
    여야 모두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언론이 바로잡을 생각은 안하고
    더욱 한술 더 뜨는 모양새이니 언론의 위상이 바닥입니다.
    그래도 옳은말 해주시는 교수님 같은 분이 계시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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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하늘
    2024-02-19 20:33:57

    언론의 원칙을 말하라하면 단연 중립이라는 대답이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와야 한다. 언론의 촉이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면 그 촉을 먹고 사는 여론은 금방 부패하고 만다. 그러나 정의와 의리의 강한 촉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 없음이 안타깝다. 팔이 안으로 굽듯 아무리 중립을 지키려해도 이권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사 편가르기, 개개인의 호불호가 언론의 향방에 악순환을 낳는다. 제 3지대의 의미를 모르는 정당들의 손짓에 국민들이 크게 속을 뻔 했다. 이를 선각자처럼 일깨워 주신 교수님의 글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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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석
    2024-02-19 16:32:19

    2014년 5월 등장한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정당은 “우리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분노를 정치적 변화로 전환하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성 정당과 달리 분열을 넘어 기권자, 특히 젊은이들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엘리트 부패와의 싸움, 에너지 주권, 긴축 정책 거부, 자유 언론 수호, 디지털 민주주의 및 세속주의 등 굵직한 이슈를 선거에서 쟁점화 시켰다. 우리도 몇해전부터 디지털민주주의, 블록체인 플렛폼정당을 통한 직접민주주의 실현가능성을 모색진행되고 있는데 국민적 여론조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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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평공
    2024-02-19 16:04:19

    권력은 반드시 균형을 이루고 서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민주주의 원칙과 사상이 실현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분쟁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패거리 문화 진영논리에 갇혀 민생과 국익은 뒷전이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외려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개탄스런 현실이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 가치를 이행하는 행사자로 나서야 한다. 국민입법발안제, 국민소환제, 국민투표제의 직접민주주의 윈리를 도입.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할때이다. 이루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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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평공
    2024-02-19 15:49:18

    근대민주주의 핵심원리인 3권분립 마져 국가형벌권을 장악한 검찰권력에 의해 무너져내린 대한민국의 허울뿐인 민주주의, 입법부, 행정부가 사법부에 종속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대의명분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이합집산의 정치공학적 셈법만이 판을 치는 개탄스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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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바울
    2024-02-19 12:36:59

    참 감사 합니다
    이해 잘 되도록 좋은 감사 합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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