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사의 공감숲] 대파 한 단이 뭐기에

2024.04.01 06:00:00 13면

 

지난 3월 28일, 온라인 장터의 대파 한 단 가격은 1kg에 2320원. 동네 대형 슈퍼마켓은 한 단에 2980원이었다.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대파 한 단에 1000원짜리는 없나요?” 직원은 “저희는 세일해서 2980원인데, 그런 곳도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의 ‘875원 대파 값’ 발언이 일파만파인 가운데, 고단한 점원의 답변엔 시사(時事)에 대한 무관심이 듬뿍 묻어났다. 일부의 사회지도층이 민생과 괴리돼 있다면, 일부의 서민층도 정치 현장과는 격리돼 있다는 것.

 

유레카! 민생은 생각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했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개인의 삶이 영위되려면 제도와 정책이 국민의 형통을 위해 진보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년의 연장, 휴무제 확대 등이 빠른 시일 내에 검토돼야 한다. 또한 농민, 대중소기업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선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금·지원금 지급 등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생 해결을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물가 관리는 국민 행복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 과제다. 필자는 작년 8월, “물가상승, 민생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집권여당과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과일과 야채 값 상승이 기상이변 때문이라는 행정부의 변명, 고리타분하다. 물론, 기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도 물가상승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어야 한다. 주된 원인은 지난해 공공요금의 과도한 줄인상 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기가 찬 것은 기획재정부의 ‘2023 회계연도 총세입·세출마감 결과’ 발표를 보면서다. 물가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 정부가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것. 작년도엔 세수가 56조4000억 규모가 부족했다, 그런데 불용액이 12조9000억이란다. 지방교부세도 감액했다. 지방재정 악화에 더해져 지역 경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집권 2년이 다 된 윤석열 정부, 낙수효과도 없는 ‘대기업 법인세 인하’ 외엔 이렇다 할 경제정책 성과가 보이질 않는다.

 

정책은 보여주기 식이어선 안 된다. 더 낮은 자세로, 더 낮은 곳을 보듬어야 한다. 민생정책은 국민의 아픈 부분을 예방하고 낫게 해 줄 때 빛이 난다. 정치의 성공은 원만한 여야 관계에서 나온다. 정책이 법률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함성득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실패한 대통령들의 특징으로 “국정비전 결여, 타협능력 결여, 소통능력 결여, 인격 결여, 정치적 기술 미숙, 부정직성”(정부학연구, 2007)을 꼽았다.

 

한국의 상황. 윤 대통령은 “한 시간 회의하면 59분 동안 혼자 얘기 한다”는 ‘59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있다. 그 어떤 참모가 직언을 할 수 있겠는가.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된다”는 발언은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과 맞닿아 있다. 난데없이 “윤 대통령 대파 값 875원 MBC보도…방심위에 민원…심의 가능성”(경향, 2024.3.27.자) 기사를 봤다. 겸손과 경청의 정치를 기피하면, 대파 한 단 논란은 국정실패 책임론으로 번질 것이다.

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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