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22대 총선에 대한 소회

2024.04.10 06:00:00 13면

 

오늘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발 정직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후보를 뽑아 국회를 상식의 장으로 만들어 주길 소망해 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민낯을 낱낱이 봤을 것이다. 자질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도 있었다.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한동훈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정치를 속성으로 배워서 그런 것인가? 70년대 생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레토릭은 구태의연했다. 운동권 청산과 종북몰이로 총선판을 흔들려 했고 “벚꽃이 피면 김포는 서울이 된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긴다”, “내일 사전투표하면 구리가 서울 된다”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마구 던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다”, “쓰레기 같은 말”, “개폼 잡는다” 등 금도를 넘는 언사를 쏟아냈다.

 

검정뿔테안경에 폴라티를 입고 세련된 정치인인양 연단에 올라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프랑스 정치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떠올랐다. 사르코지는 내무부장관 시절 거친 언어를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이민자가 많은 동네를 방문해 어떤 청년과 말씨름을 하던 중 ‘양아치(racaille)’, ‘머저리(cons)’라는 막말을 뱉어냈다. 그의 이런 언사를 둘러싸고 프랑스 언론은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본 것일까? 오늘날 막말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창피를 주고 처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로 변질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는 이런 막말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국립사범학교(ENS)에서는 연사들이 프랑스어 구사에 신경을 써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도록 교육시킨다. 언어학자 안 마리 파이에(Anne-Marie Paillet)는 정치인들의 저속한 언행은 무엇보다 나약함의 표출이라고 본다. 그는 “세게 말하기 위해 옛날에는 수사를 동원했지만 오늘날은 저속한 언어를 동원하며, 정치인들은 점점 기고만장해서 막말을 미디어와 SNS에 퍼트리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거리의 시정잡배에게 막말은 씩씩한 표현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TV나 선거판, 국회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막말이 제 아무리 먹힌다 해도 이는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 자의 저급한 행동에 불과하다. 막말은 건설적이기 보다 파괴적인 효과만 유발할 뿐이다.

 

파이에 교수의 말처럼 한동훈 위원장의 극단적 언사는 나약함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이러한 진단보다 ‘정치인들의 과격한 언어는 결집효과를 가져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낸다’라는 식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는데 말이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정치인들의 저질행동을 자꾸만 부추기게 된다. 한국 정치가 나아지려면 이러한 정치사회적 오류부터 개선돼야 한다. 정치인이 무대에 서서 어떤 언사를 구사해야 하는지 우리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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