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험학습 교사 고소’ 지원책 요청에 경기도교육청 ‘나몰라라’

2024.04.26 09:55:12 1면

교원단체, 교육청에 고소방지책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현장교사들, 교육청의 ‘보여주기식 교육활동보호’ 비판
도교육청, “공식입장 전이라 협의회 내용 밝히기 어려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전폭적인 법적 지원을 약속했으나 정작 체험학습 사고 발생 시 교사가 고소 당하는 것에 대해선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도내 교원단체는 ‘강원도 체험학습 교사 고발사건’을 계기로 도교육청에 체험학습 사고 시 교사보호시스템 마련 및 지원을 요청했지만, 도교육청은 거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23일 도내 한 교원단체는 체험학습 시 사고가 나면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도교육청과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원단체 측은 체험학습 사고가 발생해도 교사가 안전매뉴얼에 따라 의무를 다했다면 법적 소송에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피해자가 하는 민·형사상 고소는 막을 수 없더라도, 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 ‘교사에게 고소·고발을 자제해달라’는 교육청 차원의 안내 문구를 추가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교육청 측은 ‘해당 문구로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를 갈라놓을 수도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임 교육감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교의 문제가 법정까지 가서는 안 되겠지만, 피치 못할 경우 선생님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률 등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현장교사들은 도교육청이 ‘보여주기식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원 교사 A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교사들도 체험학습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교사가 ‘교육활동의 일환’인 체험학습을 고소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건 교육청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채유경 경기교사노조 정책국장은 “현장체험학습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법적분쟁도 매년 발생 중”이라며 “운영매뉴얼에 고소·고발을 자제하라는 문구를 넣는 게 설령 요식행위더라도, 교육청은 교사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실제 체험학습 사고 발생 시 교사가 법적책임을 지고 재판까지 넘어간 사례는 빈번하다.

 

지난 2018년 대구에서는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용변이 급해 버스 안에서 해결하고 귀가의사를 밝혔다. 당시 인솔교사는 학부모와 통화 후 학생을 휴게소에 1시간가량 맡겼으나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유기죄로 고소했다.

 

또 과거 물놀이 현장체험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점심 식사 후 유수풀에 들어갔다가 익사한 사건에 대해 인솔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원단체의 요청에 대한 답변을 정리 중이다. 아직 공식입장을 내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또 협의회 당시 교원단체 요청을 거절한 사실에 대해서는 “협의회 내용은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기 전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지난 2022년 강원도에서는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타고 갔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인솔교사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이보현 기자 lbh7264@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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