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르웨이 툰드라 지역 하르당에르비다(Hardangervidda)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던 순록 323마리가 벼락을 맞고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 국립공원 당국은 순록의 사체를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고 하여 세간(世間)의 비난을 받았다. 국립공원 측이 사체를 방치한다고 비난한 이들은 사체를 방치하면 해당 지역에 설치류가 들끓어 생태계가 악화하고 지역 경관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원 당국은 벼락이 자연현상임을 근거로 사체를 그대로 두기로 하였고, 순록 유해는 현재까지 공원 내 언덕에 그대로 버려져 있다. 그런데 비난과는 달리 사체 방치 수년 동안, 이 지역 생태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지역 환경 연구 결과들은 순록 사체가 쌓인 지역의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남동 노르웨이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astern Norway) 사인 프랭크(Shane Frank) 교수는 순록의 떼죽음 이후 이 지역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순록 사체는 갈까마귀와 독수리, 여우 등 사체를 먹고 사는 동물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다. 설치류 급증에 대한 걱정과 다르게, 설치류도 과도하게 늘지 않았다고 한다. 육식성 조류가 그 지역에 몰려들면서 설치류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진이 바이올로지컬레터스(Biological Letters)에 지난 2019년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벼락에 죽은 순록 사체가 부패하면서 곤충이 다수 발생했다. 이들 곤충은 작은 새들의 먹이가 되었고, 식물 또한 번성했다. 지난 2018년 프랭크가 참여한 연구에 의하면 사체로 생긴 공간에 검은시로미(crowberry)가 발아하는 데 도움을 주어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 사체가 발생하면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프랭크는 “모든 건 연결돼 있고 순환한다”라며 자연현상으로 생긴 사체를 미관(美觀)을 위해 옮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영국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Kaibab Plateau)에 사슴과 그것을 잡아먹는 퓨마, 늑대 등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1907년부터 사슴을 보호할 목적으로 퓨마와 늑대를 마구잡이로 포살한 것이다. 그 결과, 사슴의 개체 수는 급속히 증가했고 고원의 풀이 부족해지면서 1918년부터는 그곳이 황폐되었다. 급기야는 1924년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 절반 이상의 사슴이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평형이 유지되고 있는 특정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든 그 평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주변에 확대되면서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인위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 맡기는 게 최선의 해결 방안이라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동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교만함과 개발이라는 정당화로 무수한 생명체에 해를 끼쳤다. 이에 대한 우리 인간들의 깊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모든 종(種)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호모 사피엔스도 보금자리인 지구에서 영원무궁토록 대를 이어 생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