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집]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백학중학교의 기초학력 보장 사업

2024.05.28 06:00:00 6면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에는 기초학력 보장이 우선
맞춤 지원 위해 기초학력 부진 영역 체계적 구분
소그룹으로 학습하는 백학중만의 ‘키움 프로그램’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패 아닌 성공 경험했으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경기도 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촘촘한 기초학력 진단 프로그램부터 다양한 기초학력 보장 사업까지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펼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신문은 도교육청의 특색 있는 기초학력 보장 사업을 돌아보고 기초학력 보장 사업이 교육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에 위치한 백학중학교는 ‘더불어 성장하며 행복짓는 학교’를 비전으로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초학력 보장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며 ‘행복한 배움’을 실현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에는 기초학력 보장이 우선

 

백학중은 전교생 48명의 소규모 농촌 학교로, 휴전선에서 2km 떨어진 군사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와의 문화적 교류가 적다.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전교생이 학교 버스로 통학을 함께 하고 있으며 교육기관이나 여가 시설이 없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관악반 등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부족한 교육적 인프라로 인해 학생이 자신의 학습 부족을 인식하더라도 온라인 방식의 교육 외에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리적, 경제적, 교육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오랜 시간 누적돼 있었으며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학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백학중은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함양을 위해 기초학력 보장 활동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우선 학생들의 정확한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학기 초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실시했다.

 

진단평가뿐만 아니라 교실 내 정규수업에서 학습 소외, 부진이 관찰되는 학생들 역시 학교 내 전문적학습공동체, 학습지원대상학생 지원협의회를 통해 학습 부진 원인 등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백학중은 진단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 부진 영역을 인지적, 심리적, 환경적, 신체적 총 4가지로 나눴다.

 

인지적 영역에 해당되는 학생은 ‘키움 프로그램’으로, 심리적·환경적·신체적 영역에 해당되는 학생은 ‘두드림학교’로 맞춤 지원을 실시했다.

 

백학중은 경기도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사업 프로그램 중 ‘두드림학교’와 ‘교과집중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키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백학중만의 키움 프로그램은 단순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꿈을 존중하고 교육공동체가 함께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무학년제인 키움 프로그램은 ‘소그룹 학습 모둠’을 중심으로 학습 컨설팅반과 기초교과반으로 운영되며 주 2회 2시간씩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학습 결손이 심각하게 누적된 학생들의 경우 학습 컨설팅반을 통해 자기효능감과 학습주도성 향상을 목적으로 집중 지도했다.

 

학습 컨설팅반에서는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한 주 간의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키움 플래너’를 작성하도록 했다. 

 

교사들은 키움 플래너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 지도와 함께 ‘나의 꿈 이야기’, 교사-학생 간 사제활동, 개인 및 가족 상담 등으로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노력했다.

 

기초교과반 역시 무학년제로 교사 1인당 학생 3~4명의 소그룹 학습 모둠을 구성해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 교과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저소득층과 조손 가정이 많은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고 돌봄과 교육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주 2회 모두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45분까지 야간 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과 함께 나의 꿈 이야기 프로젝트와 정서 지원 및 진로 진학 멘토링, 기초 교과 학습 등 다차원적 지도를 경험했다.

 

 

◇소그룹으로 학습하는 백학중만의 ‘키움 프로그램’

 

백학중의 키움 프로그램은 3가지의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학생들이 수업을 원활히 따라갈 수 있도록 학생 각각의 학습 결손을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채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함양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탐색하고 찾아가는 다양한 교육 활동 속에서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키움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별 체계적인 자기주도적 학습 목표 설정 이후 학습 결손이 있는 영역을 담당교사와 함께 반복 확인하고 중점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소그룹 학습 모둠, 맞춤형 지도를 통해 학생들은 교과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이 필요한 학습을 깨닫고 부족한 학습을 채워갈 수 있었다.

 

계통성이 강한 수학 과목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교육과정인 분수에 막혀 있는 학생들이 있는 등 이전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초를 다지는 것에 중점을 뒀다.

 

유민준 군(15·가명)은 “초등학교 수학이 부족하다는 것을 몰랐는데 기초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을 선생님과 함께 얘기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키움 프로그램은 학습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함께 제공했다.

 

학생들은 친구 관계, 가정사, 고민을 소그룹 학습 모둠 담당 교사와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김수연 양(15·가명)은 “초등학교 때 놓쳤던 내용인데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니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고 학습과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선생님과 얘기하는 것이 좋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패 아닌 성공 경험했으면”

 

키움 프로그램에 참여한 백학중 교사들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성실하게 학습에 참여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배움의 공동체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지원 교사는 “누적된 학습 결손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이 누적되며 손을 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할 의지가 생겼을 때 도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교의 지원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기초학력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선점으로는 꾸준한 기초학력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지속적인 예산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백학중의 경우 농촌에 있어 강사를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교사들이 방과 후 강의를 운영해야 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행정적으로 자율성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패가 아닌 성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백천화 백학중 교사는 학습 결손 방지 요소로 학부모의 정서적 지지를 꼽으며 “부모의 지도역량 강화를 위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대현 백학중 교장은 “학생들 내면의 성품과 천재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이 소그룹 활동을 진행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교육공동체가 내딛는 걸음에 희망과 열정이 꽃피고 열매가 맺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진행함.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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