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몽생미셸의 몸부림

2024.06.03 06:00:00 13면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고딕 양식의 경이로운 수도원 몽생미셸! 이곳은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 5월 19일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3만 3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4㎢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에 왜 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든 걸까?

 

신비롭고 경이로운 몽생미셸의 매력 때문이다. 이곳은 708년 세워졌다. 전설에 따르면 생 미셸 대천사가 오베르(Aubert) 주교에게 나타나 자신의 이름으로 성소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주교는 이를 믿지 않았다. 그러자 대천사가 다시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빛의 손가락으로 주교의 머리를 만졌고 두개골에는 곧 구멍이 뚫렸다. 주교는 대천사의 존재를 확신하고 건물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 후 966년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이 이곳을 점령했다. 이들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공사를 60년간 지속했고, 수세기에 걸쳐 이 섬의 화강암 위에 여러 건물을 지었다. 그 결과 몽생미셸은 ‘중세 고딕식 건물의 백과사전’이 됐다.

 

이곳은 무엇보다 갈리시아로 가는 북유럽 순례자들의 산티아고 순례길 중간 기착지다. 따라서 일찍부터 유명세를 탔다. 1965년, 한 기자는 이렇게 묘사했다. “오늘날 몽생미셸은 전 세계의 유명한 관광지로 모든 국적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그 당시 연간 관광객은 약 60만 명이었다. 지금은 약 5배 증가해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300만 명이 넘는다.

 

주민 3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몰려드는 인파! 마을 사람들에게 관광객은 무척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꼭 그렇지도 않다. 수도원까지 가는 셔틀버스는 만원이고 비좁은 거리는 셀카봉을 든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이 섬에서 크레페 장사를 하는 비르지니 토마(Virginie Thomas)는 여름 성수기는 “인파가 광적이다”라고 소리친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종일 거리는 꽉 차 미치겠다”라고 탄식한다. SNS에선 몽생미셸이 매력을 잃을까봐 조바심을 치는 글들로 가득하다. 이곳의 서점주인 파스칼 르슈발리에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장사에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넘쳐나는 관광객은 몽생미셸 만의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든 만은 물이 차고 모래가 충적된다. 하지만 이곳은 인간의 발길로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그 결과 해안에서 4km나 떨어져 있던 몽생미셸 만은 이제 불과 몇 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대로 가면 2042년에는 초지로 둘러싸이게 된다.

 

하지만 이 넘쳐나는 관광객을 막을 수 있는 기적의 방법은 없다. 현재 몽생미셸이 방문객의 최대 수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선 관광객의 대량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성수기의 주차 요금을 비수기보다 2~3배 더 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몽생미셸의 관리자들은 SNS에 방문객들이 방문을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색다른 메시지를 게시하고 있다. 이러다 몽생미셸 기슭에 게이트를 설치한다고 나올지도 모른다. 관광이 대중소비의 세계로 접어들면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몽생미셸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슬픈 상징이 되고 있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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