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새 장르 개척한 조영순 작가, 제13회 개인전 ‘하이브리드회화전’

2024.06.04 08:58:51 10면

추상과 구상 등 미술 여러 요소 혼합된 ‘하이브리드’회화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발현
19일까지 수원 영통구청 2층

 

조영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손은 희망과 연결, 소망을 나타낸다. 아기와 엄마가 맞잡은 손, 약속을 하며 마주 건 손, 무언가를 들어올리기 위해 오므린 손, 봉숭아 물이 들어 붉게 물든 손 등 다양한 모습은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구상과 도상의 혼합된 형태로 드러난다.

 

수원 영통구청에서 제13회 조영순 작가의 개인전 ‘하이브리드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수원미협 대외협력분과위원장이자 수원문화도시포럼 이사로 활동하기도 한 작가가 개척한 ‘하이브리드(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를 둘 이상 뒤섞음)’ 장르를 소개하는 자리다.

 

‘하이브리드’는 둘 이상의 요소를 섞는 개념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예술과 일상생활 사이에 있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이 사라졌다. 예술엔 혼성적 성향이 강해졌고, 현대 미술에선 모든 것을 상호적으로 텍스트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추상,구상, 기호, 도상, 상징 등이 "존재연결망"으로  혼합된 하이브리드 회화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시대를 대변한다.

 

 

조 작가의 대표작 ‘패러다임의 시작(2023)’역시 이런 ‘하이브리드’ 성향이 잘 나타난다. ‘Happy Day’라는 텍스트와 약속하는 손, 컵과 항아리, 음표와 같은 기호들이 혼재해 요소들의 중첩을 보여준다. 캔버스엔 그리드(격자판)작업이 바탕이 되는데,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듯 한 공간적 개념이 들어있다. 구상과 추상의 형태 역시 혼재돼 있다.

 

조 작가의 작품세계의 기초를 이루는 혼성성은 개인의 내면적 감정을 다룬다. 과거 유년시절에서 비롯되는 ‘손 이미지’가 구상과 추상의 이항대립적인 쌍을 이루며 각자가 가진 본질을 잃어버리게 한다. 결국 ‘손’은 무의미한 독립체계를 갖게 되며 형태와 색, 마티에르(물질) 등 조형요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회화를 완성하게 된다.

 

조 작가가 ‘손’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계기에는 조 작가의 스승인 조기주 단국대 명예교수의 추천이 있었다. 당시 작가는 오디에 물든 손을 그렸고 마젠다 컬러 사용에 고민이 깊었던 작가는 손과 오디의 색이 호평을 받자 작가의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로 사용했다.

 

 

조 작가의 미술이 하이브리드 회화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기존 미술과 달리 캔버스 위에서 여러 가지의 이질적인 추상과 구상,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 현실과 환상, 도상과 기호 등이 융합돼 공존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근원적으로 중간영역에서 현존하는 작품세계는 추상성과 구상성의 매개로서 미학적 작용과 반작용을 함의하면서 ‘하이브리드 회화’라는 새로운 현대미술의 미학을 창출하고 있다.

 

 

 조영순 작가는 “옛날에는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체육이면 체육처럼 독립체계로 존재했던 문화가 요즘에는 모두 섞여서 하나의 예술이 된다”며 “기호와 도상, 미술의 요소들을 자유롭게 다 넣어 현대의 ‘하이브리드’시대를 말하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이어 “여기서 더 발전해 유년의 향수를 넣고, 한국적인 요소도 넣어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이 장르를 창시한 만큼 ‘하이브리드’회화를 많이 알리는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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