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트 호라이즌스(Bright Horizons Family Solution Inc.)가 매년 발표하는 현대 가족 지수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는 새로운 직업을 구할 때마다 남성(아버지)보다 여성(어머니)이 탈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오히려 경력을 발전시킬 기회가 워킹맘 대신에 자격을 덜 갖춘 직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또한 사회학자 미셸 버디그(Michelle Budig)의 연구에 의하면 일하는 어머니는 자녀 한 명당 급여가 4퍼센트 삭감되는 반면 일하는 아버지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6퍼센트나 인상된다. 성별 간의 임금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는 승진 비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직업 시스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현상은 일부 유럽지역만 빼놓고는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국가 연금 제도가 경력 단절을 보상해 주기에 여성이 받는 불이익이 보상으로 바뀌지만, 이런 경우는 동유럽과 스칸디나비아에만 해당하는 사례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독일 만하임대학교의 카차 뫼링(Katja Mohning)의 연구는 개인의 근무 이력과 상관없이 보편적 연금 혜택을 보장하는 나라에서는 은퇴 소득에서 여성이 받는 불이익이 크게 낮아진다고 결론짓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 가운데 절반은 여성의 연금이 남성 연금의 30∽50퍼센트에 거치는 정도로 남녀 간의 소득 격차가 큰 편이지만 사정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나머지 유럽 국가의 절반에서는 대부분 여성이 남성의 10∽30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성별 간의 연금 격차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성별 간의 소득 격차에 대해 국가를 좀 더 확대해 보면, 근무 시간과 근로자의 특성을 감안한 남녀 간의 월 소득 격차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포르투갈, 한국 등이 가장 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OECD 회원국 29개국 모두에서 진화론적 메커니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별 간 소득 격차가 근로 시간과 근로자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컸다. 성별 간 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여성은 아이를 낳은 후에 더 커진다고 한다. 그러나 50세 무렵이 되면 자녀가 있는 여성과 자녀가 없는 여성의 격차가 대부분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OECD 29개국 중 단연 꼴찌다. 유리천장지수란 성별 임금 격차, 노동 참여율, 여성 관리직 비율, 남녀 간 교육 수준 격차 등에 대한 세계 기구 데이터를 토대로 각국 여성 노동환경을 분석한 지표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사할 때마다 성별 간 소득 격차가 30퍼센트를 넘어서는 압도적 최하위 국가로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남녀평등 사상’과 ‘능력주의 실현’하고도 요원(遼遠)할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과도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남녀 간의 소득 격차는 ‘불공정의 극치’라고 하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