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무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며, 저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내가 보낼 밤들은 가장 잔혹한 고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저 무고한 이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밤이 될 겁니다”(나는 고발한다 원문 中)
프랑스의 작가이자 언론인 ‘에밀 졸라’가 프랑스 육군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프랑스 ‘로로르(L'Aurore)’지에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기고하며 한 말이다. 이 글은 ‘로로르’ 편집장에 의해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신문 1면에 게재돼 프랑스 군의 반유대주의, 부당한 구속수사를 비판했다.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에밀 졸라’에 대한 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894년 군사기밀을 독일로 유출한 혐의로 누명을 쓴 육군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한 ‘에밀 졸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드레퓌스 사건’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왔던 에밀졸라. 결국 1902년 의문의 가스중독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면서 ‘에밀 졸라’가 죽기 전날 밤 벌어진 일들에 대해 작가의 상상을 더해 구성했다.
‘테레즈 라캥(Thérèse Raquin)’, ‘목로주점(L'Assommoir)’, ‘제르미날(Germinal)’ 등으로 프랑스 문화예술계 최고 명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작가 ‘에밀 졸라’에게 작가 지망생 ‘클로드’가 찾아온다. 그의 글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클로드’는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고자 하지만 그가 명성과 권위, 목숨을 걸고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한다.
‘에밀 졸라’의 마지막 미완성 원고를 훔치러 온 사실을 숨긴 채 ‘클로드’는 ‘에밀졸라’와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폴 세잔’과의 관계도 저버리고, 그토록 들어가기 원했던 ‘아카데미 프랑세즈’도 포기한 채 진실을 찾는 ‘에밀 졸라’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극은 진실을 향한 지식인의 자세와 정의에 대한 책무를 그린다. ‘에밀 졸라’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프랑스군에 대항해 싸웠고 자신이 쌓아온 업적과 명예를 걸고 드레퓌스의 무죄를 외쳤다. 1894년 보불전정에서 패하고 애국주의, 반유대주의가 팽배한 프랑스에서 군에 반하는 것은 반역과 같은 일이었다.
진실을 향한 ‘에밀 졸라’의 신념은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양심에 따라 살아간 그의 행적을 나타내는 대사와 넘버들로 전해진다. ‘이 펜은 내게 말을 걸어’, ‘에밀 졸라를 찾아라’와 같은 서정성 깊은 음악들이 몰입감을 더하며 2인극의 밀도감이 무게를 느끼게 한다. 강하고 숭고한 ‘에밀 졸라’의 삶이 깊은 연기로 전달된다.
극을 만든 김소라는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었던 ‘강기훈유서대필사건’부터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에밀 졸라는 과거 책장 속의 인물이 아닌 지금도 이 시대에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며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변치 않는 신념이 무엇일까 궁금했다”며 창작 배경을 밝혔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의 대본공모에 당선되고 2023년 2월 ‘대본의 발견’으로 제작된 뮤지컬 ‘에밀’은 9월 1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