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칼럼] 소유진은 억울할 것이다

2024.07.17 06:00:00 13면

 

솔직히 억울한 사람은 소유진일 것이다. 그녀는 최근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이전 발언 탓에 다시 한번 우파 연예인으로 분류 낙인 찍혔다. 과거 이명박을 지지하는 연예인 명단에 이름이 들어 있어서 였는데, 그것도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불분명한 상태의 얘기이다. 이런 게 잘 확인이 안되는 이유는, 연예인들로서는 누구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네 안했네, 식의 논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연예계 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배우 자신보다도 소속사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른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아닌)전법이다. 해당 연예인에게 철저히 함구령을 내리고 일체 노 코멘트로 일관하게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유야무야 된다고 본다. 소유진 측으로서는 그렇게 됐을 법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 얘기가 다시 불쑥 튀어 나온 것이다. 최근 그녀의 남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MBC가 새로 시작한 손석희 앵커의 새 프로그램 ‘질문들’에 출연한 것도 아내에 대한 우파 논쟁을 희석화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우성과 박찬욱 권해효를 오랫동안 지켜 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을 좌파로 ‘낙인’찍는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인식 및 그 두뇌 구조 역시 심히 불쾌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이다. 박찬욱 등은 아무리 뜯어 봐도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좌우 이데올로기 모두에 대해 비판적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전제해서, 잘 구분하고 살아갈 뿐이다. 이들이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을 봉건독재국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권해효가 일본 조선학교에 오랜 시간 빵을 보냈던 것도 순전히 인도주의적 차원의 일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놓고 자꾸 편을 가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권해효의 홍상수 영화 출연을 막고 정우성의 회사 아티스트 컴패니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것일까. 이러다 박찬욱은 아예 할리우드로 이주해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로서는 가뜩이나 미국에서의 촬영과 제작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러니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이런 식이라면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이정재는 우파 배우인가. 게다가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기사까지 난 상태다. 그럼에도 이정재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은 우파라고 말한 적이 없다. 사람들을 이데올로기의 통발로 낚아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는 순간 이정재가 출연한 할리우드 대작 ‘스타워즈’ 흥행도 영향을 받는다.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다. 좌우 선긋기는 매우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며, 있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이진숙 내정자 같은 사람들 때문에 현재 심각하게 위축돼 있는 국내 영화와 드라마 산업이 더욱 쪼그라들지 않게 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히틀러의 나치 역사를 공부할 때 암기해야 할 이름이 파울 요세프 괴벨스(국민계몽선전장관)이다. 물론 하인리히 힘러도 있고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도 있으며 헤르만 괴링도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내정자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같은 영화를 보고 어떻게 얘기할 지 궁금해진다. 보기나 할까.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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