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업에 집중"…본업 대신 대출로 이익보는 카드사들

2024.07.21 14:41:03 4면

상반기 단종 신용카드 282종…'역대 최대'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 37조 6314억 원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에 카드론에 눈 돌려
연체율 1.85%로 상승세…건전성 우려 대두

 

고금리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카드사들이 혜택이 많은 카드들을 단종시키며 본업을 줄이는 대신 대출상품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카드사들의 대출 상품이 전형적인 '불황형' 상품인 만큼, 차주의 건전성 악화에 따른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가 올해 상반기 단종한 카드 상품은 총 373종이다. 각각 282종, 91종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신규 판매가 올해 들어 중단됐다.

 

이는 지난해 단종 규모 458종(신용 405개·체크 53개)의 절반을 훌쩍 넘긴 것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단종되는 카드의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자 혜택이 많은 카드를 줄이며 서비스 비용을 아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 58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같은 이유로 2022년 이후 대폭 줄어든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혜택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현재 전업카드사들의 최장 무이자할부 기간은 5개월로, 2022년(12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카드사들의 1분기 할부 수수료 수익은 8509억 원으로 전년 동기(7581억 원) 대비 10.9% 늘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길어지는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적격비용 재산정시기마다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메우기 위해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 상품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수익은 1조 1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수익이 늘어난 것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카드론 잔액 덕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카드론 잔액은 37조 6314억 원으로 전월(37조 5689억 원) 대비 625억 원 늘었다. NH농협카드를 포함할 경우 잔액은 40조 6059억 원으로 오른다.

 

카드론은 카드사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로, 은행 등에서 받는 신용대출보다 심사 과정이 간단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카드론 잔액이 매달 역대 최다액을 경신하며 카드사들의 수익이 늘어난 것은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를 두고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대출상품에서 수익을 제고하기 위해 카드론 규모를 늘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수익은 7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5835억 원) 대비 24% 증가했다.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카드론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흑자를 거둘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차주들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카드사들이 직면하게 될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들의 1개월 이상 평균 연체율은 1.85%로 지난해 말(1.64%) 대비 0.21%p 높아졌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대출 상품은 타 업권에 비해 간편해 경기 불황기에 서민들이 몰리는 측면이 있어 현재 위험 채권이 많아지고 채권 회수 난이도가 높아졌다"며 "아직은 카드사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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