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한반도 리뷰] 캐나다에서 바라본 美 대선, 그리고 기시감

2024.07.26 06:00:00 13면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정상회의(7.10~11)가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은 3년째 이 회의에 참석하였고, 일정 중 G7 회원국이자 미국의 정보 동맹국(Five Eyes)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도 정상회담(7.10)을 가졌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통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다짐하며 외교·국방 고위급 회의가 안보협력의 창구가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처럼 가치를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파트너 국가 간의 전략적 연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문제는 가치공유국 그룹 내에서 힘의 차이가 명확한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즉 미국과 같이 여타 동맹국들과의 진영 질서를 주도하는 경우, 동일 진영내에서 대국을 상대로 스크럼을 짜(scrimmage) 연대하는 식의 해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美 대선을 3개월여 앞둔 현재,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는 점 외에 국가탄생의 배경도 지리적 역학도 다른 한-캐 두 국가가 처한 현실에서 유사한 속사정을 엿볼 수 있다. 7월 중순부터 캐나다 B.C주에 체류 중인 필자는 여러 관계자로부터 미국의 상황에 대한 캐네디언들의 우려를 전해듣고 있다. 어쩌면 미국의 영향권 하의 이웃국가들에게 美 대선과 관계된 불가측성은 북러 군사협력보다도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두려움일지 모른다.

 

NATO 정상회의 이틀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7.13)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이상설로 궁지에 몰렸던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7.21)하였고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후속 주자로 지명하면서 열세에 놓였던 반트럼프 전선도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그러나 ‘트럼프 대세론’을 압도할 선거전략은 여전히 부재하다. 푸틴은 이미 트럼프의 러-우 종전계획을 지지하였고(로이터 7.4), 북한도 넌지시 대화 재개조건을 제시(조선중앙통신 7.23)하는 등 적대국들로부터도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캐나다 현지에서도 피습사건 이후 트럼프의 재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공영방송 CBC는 물론, 최대 민영방송 CTV까지 연일 이웃국 대선결과가 자국에 미칠 후폭풍을 보도 중이다. 특히 CTVnews의 ‘What a Donald Trump presidency means for Canada’제하의 기사(7.19)는 절망에 가깝다. 비트럼프계, 친한파로도 알려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언급한 "‘훌륭한 친구이자 중요한 동맹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바로잡기"가 발단이었다. 수출의 4분의 3을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 무역구조상, 2018년 트럼프 시기 체결한 NAFTA 2.0협상(낙농업 개방 등)에 관한 불쾌한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트럼프가 '약속'한 수입품 관세 10% 부과 가능성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형국이다. 加 언론은 캐네디언들에게 11월 이후 경제적 롤러코스터를 탈 준비가 되었는지 거듭 자문하면서도 결국 자답하지 못함을 꼬집고 있다.

 

어딘가 모를 기시감이 든다. 한국의 정관계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기와 한미FTA 재협상,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등에 선제적 대응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장의 묘책은 없다. 수미테리 美 외교협회(CFR) 연구원의 기소(한국과 연루된) 건 이후 미 대선 캠프 관계자들은 대외 접촉도 꺼려 공공외교의 틈새 또한 녹록지 않다. 미 공화당 전당대회(RNC) 마지막 날(7.18) 헐크 호건의 셔츠를 찢는 트럼프 후보 지지 연설 장면이 곧 린치에 몰릴 미국의 ‘훌륭한 친구들’에 대한 메타포는 아니기를 바란다.

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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