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청소년 무면허 전동킥보드, 교육청도 나몰라라…"적극행정 필요"

2024.08.05 13:48:15 7면

PM업체, '수익 때문에' 면허인증 의무화 안 해
교육당국, 통학로 전동킥보드는 '소관 아니다'
경기도, '16세 미만' 청소년만 PM사용 제재
전문가들, "입법, 유관기관 적극 행정 필요"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사고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업체는 면허 확인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는 형식적인 안전교육에 그치고 있다. 경찰의 단속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과연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수익 쫓느라 안전 뒷전"…업체가 부추기는 청소년 ‘무면허’ 전동킥보드 
㊦ 청소년 무면허 전동킥보드, 교육청도 나몰라라…"적극행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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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유관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면피용 정책만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적극행정'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지난 6월 9개 PM(개인형 이동장치) 업체와 협의해 하반기 중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전동킥보드를 타지 못하게 하는 '나이 인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은 전동킥보드 사용률이 높은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전동킥보드 이용 청소년 1만 548명 중 3205명(30.3%)이 16세 이상의 고등학생이다. 10명 중 3명 이상은 '나이 인증' 제도와 관계없이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

 

한 행정전문가는 "일부 청소년만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이는 '뭔가를 했다'는 것만 보여주는 면피용 제도"라며 "차라리 면허인증제 도입 입법청원이나 학교 인근 주정차를 금지하는 등 실효적인 제도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관기관들은 ‘책임 떠넘기기’ 급급

학생 생활지도에 책임이 있는 교육당국과 학교 측이 학생들의 전동킥보드 이용을 지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국은 "소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손놓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를 중심으로 등하교 시간 동안 교문 앞에서 전동킥보드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용인의 한 고등학생은 "통학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탄 학생들과 부딪힐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토로했다. 용인의 한 학부모는 "학교 앞에서라도 전동킥보드를 타지 못하게 교사가 지도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사실상 통학로는 지자체 소관이라 교육청에서 적극적인 지도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며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교육 구성원이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인근 안전을 위해 유관기관에 PM 면허인증 의무화를 요청했으나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받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직접적인 제재권한이 있는 경찰 또한 민원 등 걸림돌이 많아 적극적인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속이 활발해지면 교통사고 위험이 있고,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 다만 "두 달 간 집중단속 기간을 진행하고 PM안전수칙 영상 등을 각 서에 배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입법과 함께 ‘유관기관 적극행정’ 필요

현재 정치권에서는 무면허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PM업체에게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 구축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유관기관의 '적극 행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PM산업협회장)는 "PM만을 위한 새로운 법안 입법이 먼저"라며 "다만 실효적이고 적극적인 안전교육, 계도활동이 병행돼야 한다. 전동킥보드 사용률이 높은 중·고등학교의 경우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전동킥보드 전문 면허를 만들거나 학교 연계 교육으로 수료증을 신설하는 등 전동킥보드 관련 유관기관의 적극행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당국과 보호자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구자송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대표는 "입법도 중요하지만 학생 등교지도에 책임이 있는 학부모를 비롯한 유관기관이 '녹색어머니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청소년을 무면허 전동킥보드 탑승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0대 청소년들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PM업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면허 인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며 '꼼수'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적 공백을 파고든 업체들의 행태에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행정 개입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이보현·박민정 기자 ]

이보현·박민정 기자 lbh7264@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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