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경쟁'에 학교 떠나는 학생들…'사회성' 교육은 어디서?

2024.08.02 06:00:29 1면

경기도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 올해 12.3% 상승
"신체, 정서, 사회적 발달 이뤄지는 곳이 학교"

 

치열한 입시 경쟁에 지친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조기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에 ‘올인’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가 전년 대비 무려 20%나 급증한 가운데, 특히 고1 학생들의 자퇴 비율이 가장 높아 저학년부터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 준비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의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종로학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379개 고등학교에서 자퇴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업 중단 학생은 총 2만 5792명으로 최근 5년 새 최다를 기록했다. 일반고 자퇴 학생은 고1이 9646명으로 고2(6767명), 고3(827명)보다 훨씬 많았다.

 

경기지역의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년 2번 치러지는 검정고시 시험 중 수능을 앞둔 2회차 시험의 지원자가 특히 많은 모습이다. 오는 8일 치러지는 '2024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고졸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12.3% 상승한 7026명으로 집계됐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모 양(18)은 "내신은 한 번 망치면 복구하기가 어려워 수능 준비를 택했다"며 "학교에 다니면 정규 수업과 수행평가가 수능 준비에 방해돼 차라리 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모 양(18) 역시 "수능 준비에만 집중하고 싶어 자퇴하게 됐다"며 "학교에 다니며 수능을 준비하는 것보다 자퇴 후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수능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4년제 대학 검정고시 합격생 추이를 보면 2019학년도 4521명에서 2020학년도 5913명, 2021학년도 7221명, 지난해에는 769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주요 10개 대학의 경우 올해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은 721명으로 전년(565명)보다 21.5%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조기 자퇴가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키즈'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를 생각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단순한 수업 결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학교가 교육만 받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배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적 발달, 정서와 사회적 발달이 이뤄지고 단순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성,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며 "특히 학교 생활은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교육 경쟁이 심한 만큼 교육부, 교육청 내에서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수능 준비가 학교 생활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아직 미흡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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