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이 뒤이어 마련된 정부의 대책으로 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8일 시에 따르면 앞으로 전기차 급속충전기 충전율을 90% 이하까지 제한한다.
이를 위해 최근 급속충전기 운영사 46곳과 간담회를 가지고 충전율 제한 내용을 논의한 뒤 최종 합의한 바 있다.
2025년 3월부터 전기차 완속충전기를 지상이나 지하 1층으로 이전할 경우 보조금도 지원한다.
시는 내년부터 15억 원을 투입해 지하 2~3층 이하에 설치된 완속충전기에 한해 1대당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시가 자체 수립한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당시 정부도 종합대책 수립에 착수해 있었다. 이에 시는 보조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과 더불어 충전기를 지하 1층으로 제한 설치하는 대책 등이 정부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발표된 정부안에는 시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충전율 제한에 대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충전율 제한과 화재 발생은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스프링클러 성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기차 충전기 위치 변경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는 지하 3층까지 설치가 가능한데 사실상 이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화재 진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에 당초 계획한 충전율 제한 대책은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급속충전기 운영사들과 충전 제한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는 강제나 의무가 아닌 자율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안에 충전율 제한 방안이 포함되지 않자 시는 당초 계획을 재설정할 지 논의한다는 것이다.
반면 충전기 이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강제성이 없어 신청이 얼마나 들어올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아파트들은 지상공원화로 주차장은 지하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 이전 시 따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정부안에 시가 건의한 보조금 지원에 대한 입장도 나오지 않아 추후 예산 마련도 숙제다.
시 관계자는 “정부안 발표 이후 충전율 제한 같은 대책은 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