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석연휴 전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기대한다

2024.09.13 06:00:00 13면

정치권의 전향적인 자세변화에 의료계도 동참해야

추석연휴가 사흘 남았다. 그러나 의정갈등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의료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응급실을 찾지 못 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어 국민 불안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눈 앞에 훤히 보이는 의료대란에 대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여야가 의제 제한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합의함에 따라 국민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게 됐다. 

 

협의체를 처음 제안한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 출범 전제 조건으로 ‘이건 안 된다’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2025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라는 의료계 주장까지도 협의체를 통해 논의 할 수 있다고 의료계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 대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서도 “모여서 무슨 얘긴들 못 하겠나”라며 야당과 의료계가 주장하는 책임자 문책에 대해서도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3대 요구안’을 내놓으며 협의체 참여를 공식화 했다. 민주당은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문제 논의, 합리적 추계를 통한 2026년 의대 정원 결정,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파격적인 행보로 의료대란 출구 찾기에 나섰다.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은 야당이 정치적 명운 걸고 추진하는 쌍특검법(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의 12일 본회의 상정을 거절하며 “이제 비로소 여·야·의·정 간 대화 가능성이 생겼다”며 “지금으로선 국민이 처한 비상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우 의장이 고심 끝에 민주당으로부터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일부에서도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제안은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그간 ‘강경 모드’를 이어가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전제조건이 없다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서로 한 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협의회 참여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의료대란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의료계 일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와 전공의·의대생들의 입장 변화다.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 강경한 입을 닫아야 한다. 앞에서는 협의체 구성을 환영한다면서도 뒤에서는 수능 수험생과 학부모를 핑계로 언론에 강경한 입장을 계속 쏟아낸다면 협의체 구성은 불가능하다. 의정갈등의 한 축은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기 때문이다. 취지는 좋았다고 해도 무리한 정책추진의 결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통 큰 사과와 책임자 문책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다. ‘2025학년도 의대정원 문제까지 논의해 보자’는 여야의 입장변화는 파격적이다.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최대치 중재안이다.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의료계의 존경받는 한 원로교수의 말처럼 “이번 의정 갈등에서 의사들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의사에 대한 환자와 국민의 신뢰와 존중”이며 “국민의 신뢰를 이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직역 자체가 영원한 개혁 대상이 되고 그 피해는 젊은 의사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흘 남았다. 그간 통계에 따르면 추석연휴가 시작되면 평소 보다 두 배 가까운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몰릴 것이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의료현장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전염병이 뒤덮은 것도 아닌데 고작 의정갈등 때문에 멀쩡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하다니 참으로 허망하고 끔찍한 현실이다. 국민 안전과 생명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여야정이 끝까지 의료계를 설득해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시작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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