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채식주의자' 폐기 논쟁…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좋은 작품이지만 고교 졸업 후 권할 것"

2024.10.22 13:52:55 7면

"편향적인 도교육청 지시로 작품 폐기"
"각 학교 도서관운영위 판단에 따른 것"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지난 2023년 성남시의 한 학교 도서관에서 유해도서로 폐기한 것과 관련해 2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경기도교육청의 도서검열 탓’이라고 질타하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승아(민주·비례) 의원은 임 교육감에게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가 됐는데 채식주의자 읽어봤나. 유해한 성교육 도서 같나"라고 질의했다. 백 의원은 이어 "도교육청이 (채식주의자와 관련해) 성교육 유해 도서 공문을 내려 보냈는데 이건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의힘에서 유해 도서라고 주장하는 책을 찍어내라는 이야기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에 임 교육감은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는데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도 "교육적으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 간다. 내 아이라면 고등학교 졸업 후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답했다.

 

도교육청은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을 각 교육지원청에 전달하고, 학교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유해 도서를 선정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2490개 학교에서 2517권의 책이 유해 도서로 판단돼 폐기되거나 열람이 제한됐다.

 

이 가운데 성남시의 한 여자고등학교는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해 폐기했고, 용인시와 여주시의 중학교 각각 1곳은 열람 제한했다.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폭력성과 육식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채식주의자에는 형부와 처제의 성적 관계도 등장하는데, 책을 폐기한 학교는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을호(민주·비례) 의원도 도교육청이 공문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을 문제 삼으며 "청소년 보호법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은 학교 도서관에서 임의로 가져다 쓸 심의 기준이 아니다. 도서관운영위원회 매뉴얼에도 없는 심의 기준을 들이댄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강경숙(조국혁신·비례) 의원과 고민정(민주·서울 광진 을) 의원 역시 도교육청이 3차례 발송한 공문에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 목록 제출', '심각한 경우 폐기 가능' 등의 문구가 담긴 것을 문제 삼으며 공문 발송은 검열 또는 강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가짜 영상)를 비롯해 성이나 학교 폭력 관련 사고가 일어난다"며 "이런 문제가 독서에서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학부모와 종교 단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이 주의를 환기하고 독서 지도를 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발송했다"며 "각 학교의 도서관 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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