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스 생활] ‘민원 사주’ 의혹, 어디까지 왔나

2024.10.24 06:00:00 13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해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다시 충돌했다. 야당은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특정 언론사를 심의하도록 민원을 넣게 시켰다는 ‘청부 민원’ 의혹을 제기한 상태이다. 가짜뉴스 근절 소동이 한창이던 2023년 9월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에서 류 위원장의 동생, 아들, 조카, 처제 등 가족과 주변인, 친인척 등이 1건에서 4건씩 민원을 넣었고, 민원의 내용도 ‘복붙’이거나 거의 유사하기까지 했다.

 

반면 류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이 민원인들의 정보를 유출했다며 ‘방심위 개인정보유출’을 제기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자기 주변인의 민원 접수 사실을 모른다거나 몰랐다고 답했다. 여당은 민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류 위원장을 거들었다. 오히려 민원인들의 개인정보가 방심위 내부 직원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수사기관의 엄정한 조사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방심위의 민원 사주 의혹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가 접수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권익위는 통상 신고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결론을 내야 하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류 위원장에 대한 조사 기간을 연장하더니 6개월이 넘도록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약 7개월이 지나서야 권익위는 류 위원장과 참고인 간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방심위로 사건을 송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 당사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기관에 사건 조사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공익제보자는 부패행위 당사자에게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도록 맡긴 상황이 참담하다고 했다.

 

의혹을 제기했지만 가시적인 내부 사정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비실명으로 공익 신고를 진행했던 방심위 직원 3명은 결국 신분을 드러내고 문제를 바로잡자고 결심했다. 지난달 25일 공익신고자 3명은 독립심의기구 방심위 직원으로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모든 조사에 응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익명의 신고자라 하더라도 충분한 자료와 증거를 증빙하면 국가기관을 통해 합리적인 조사와 판단이 이뤄질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의 민원에 관여했음을 밝힐 수 있는 시기가 1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공익 신고에 도움을 준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을 피의자로 특정하거나 압수수색하고 겁박까지 했다고 했다. 류 위원장에 대한 수사는 좀처럼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감에서 공익신고 직원들은 “류 위원장이 자신을 임명한 최고 권력자의 비리를 보도한 방송사를 제재하기 위해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넣은 사실을 알게 돼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들 직원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자이고 그 보호조치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준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왜 공익신고자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심의기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를 방관하고 모른 척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회사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변명할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다른 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방심위에 요구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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