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구청이 방음판 교체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가 아닌 화학강화유리를 선택하면서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화유리의 경우 폴리카보네이트보다 2배가량 무거운데, 강남대지하차도 방음판 대부분은 천장에 위치해 방음판 추락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23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흥구청은 지난 2022년 12월 29일 발생한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이후 관내 방음시설 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강남대지하차도 방음시설 교체 공사를 완료했다.
화학강화유리는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무게가 2배가량 무거워 천장에 설치된 방음판의 경우 낙하 위험이 높다. 또한, 유리 특성상 충격에 약해 파손 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화학강화유리가 일반 유리보다 강도가 높지만, 표면에 흠집 등으로 인한 손상이 누적되면 터지듯 파손될 수 있어서다. 특히, 도로에서 튀는 돌이나 작은 부품 등에 의해 흠집이 생기면 갑자기 파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진영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방음판 소재로 대부분 유리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플라스틱보다 파손에 대한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플라스틱은 충격을 잘 버티지만 유리는 도로에서 튈 수 있는 작은 부품들이나 돌로 손상이 생기면서 파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강화유리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화학강화유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액정 등 작은 규모로만 사용되지 지하차도 방음판 등 대형으론 사용되지 않는다"며 "아직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특히 천장에 사용된다면 방음시설 프레임이 무게를 버티지 못해 탈락할 수도 있고, 충격으로 인해 파손으로 인해 흩뿌려지듯 비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대지하차도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화학강화유리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기흥구 시민 A씨는 "운전하는 도중 방음판이 제 차로 떨어지면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평소 출퇴근하며 강남대지하차도를 이용하는데 사고를 당할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시민 B씨도 "200m가 넘는 강남대지하차도에서 화학강화유리 방음판으로 인한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기흥구청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 끝에 화학강화유리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투명도가 더 오래 유지되는 등의 이유로 적합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규섭 기흥구청장은 "방음판 교체를 담당하는 부서를 통해 화학강화유리가 화재에 더 강하고 유독물질이 나오지 않는 등 이점이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시민들의 안전에 위험이 되는 소재를 방음판으로 선택할 리 만무하다. 시민들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