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점자 ‘훈맹정음’은 인천에서 출발했다.
한글점자의 날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린다. 1888년 강화군 교동면에서 태어나, 1963년 남동구 수산동에 묻혔다. 그가 살았던 중구 율목공원에는 오류가 담긴 기념비가 설치돼 있다.
인천 유일의 점자도서관은 그의 호를 땄다.
송암점자도서관은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9월까지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3600여 명으로, 대출 건수는 1800여 건에 달한다.
이곳에선 책 대여뿐만 아니라 점자책 제작까지 이뤄진다.
기존 ‘묵자책’에 텍스트파일 변환·점자 변환·교정·출력·제본 등의 과정을 더하면 완성이다. 한 달간 만드는 납품용 점자책은 100권 정도다.
묵자책과 비교하면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다. 사람 손을 안 거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봉사자들과 점역사·교정사의 손길 끝에 한 권이 완성되는데, 책 분량에 따라 소요 기간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실물 점자책은 흰 종이에 찍어내거나 기존 책에 투명 점자 라벨지를 붙인다.
묵자책을 점자로 변환하면 분량이 3배 이상 늘어난다. 게다가 면이 서로 붙지 않기 위한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글자 수가 적은 동화책이 아니면 단권으로 제작하긴 어렵다.
점자 라벨지는 주로 동화책에 사용된다. 만약 부모만 시각장애가 있다면 아이는 라벨지 너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배경 그림에 대한 설명을 점자로 추가하기도 한다.
최근 노벨상을 탄 한강 작가 붐이 시각장애인 사이에서도 일고 있다.
이에 발맞춰 송암점자도서관도 ‘채식주의자’를 점자책으로 만들고 있다. 노벨상 소식 이후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형태론 있었으나 실물 점자책은 없어 이번에 제작하게 됐다. 당초 20권만 제작하려고 했는데 신청 수가 예상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송암점자도서관 관계자는 “신청 기간은 끝났다. 더 많이 보급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분을 모두 제작하기로 했다”며 “물론 도서관에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도 전자책으로 독서를 즐긴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점자도서도 전자책이 당연히 존재한다. 점자정보단말기만 있으면 문서 파일을 열 수 있고, SNS도 가능하다. 사실상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인 셈이다.
송암점자도서관 누리집에는 시각장애인만 접근할 수 있는 ‘도서’ 코너가 운영 중이다. 여기서 책을 빌려 전자 점자도서를 한줄 한줄 읽거나, 소리도서를 듣는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의 독서는 다양한 가지로 뻗고 있다. 모두 ‘한글점자’라는 단단한 뿌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박수아 송암점자도서관장은 “한글점자 반포 98주년을 맞아 점자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케 해주신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빛나는 업적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에 대한 소중함과 박두성 선생님께 대한 감사함을 가슴 깊이 기억하고 새기는 오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