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없이 무덥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서면 몸이 움츠러든다. 따뜻한 집안과 가족이 더욱 소중하고, 그리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못한 것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가 겁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일하고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고통받는 근로자들과 그 가족이다.
약 24만 명, 1조 6950억 원. 올해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규모다. 우리 경기고용노동지청이 관할하는 수원·용인·화성에도 1만2500명의 근로자가 총 827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해 우리 지청의 문을 두드렸다.
경기 부진, 경영악화, 도산이나 폐업 등의 이유로 임금을 주기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임금체불을 가벼이 여기는 사업주의 안이한 인식에도 그 원인이 있다. 여력이 있는데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적지않다는 사실을 보면 그렇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금품으로, 임금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경기지청은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사업주에 대해서는 체포, 구속수사 등을 원칙으로 한층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 35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인테리어 건설업자, 대학생 근로자 15명의 임금을 체불한 과외교습업자 등 체불 사업주를 구속하였다. 금액이 적더라도 고의·상습적이라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댓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경기남부권에서 6명을 구속했고, 체포영장 106건, 압수영장 40건을 집행하였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이 무슨 일이 있어도 체불은 하지 않겠다라는 인식이 자리잡는데 일조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정부는 체불로 인한 생계위협을 최소화하고자 국가가 체불금품을 대신 지급해주는 대지급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 3개월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을 일정 금액 내에서 지급한다. 일시적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융자제도를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체불을 청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여야 합의로 근로기준법도 개정하였다. 고의·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내년 10.23 시행된다. 신용제재 등 경제적 제재 확대, 퇴직자 뿐 아니라 재직자의 체불액에 대해서도 지연이자 지급 의무 부과, 체불임금의 3배 이내 손해배상 청구 등이다. 체불은 안된다라는 우리 사회의 법 감정이 한층 강화되어 법으로 반영된 것이다.
체불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는 사후조치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업주 스스로 체불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각계각층이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다.
해마다 갱신되는 역대급 한파는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체불로 인한 아픔까지는 더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지청에서도 체불 예방과 체불 해소를 위한 활동을 강하고,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