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이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사이의 갈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결제 대란이 발생해 애꿎은 소상공인과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은 별도로 운영되던 카드형과 모바일형 온누리상품권을 통합 운영하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그동안 KT와 비즈플레이가 각각 맡아온 카드형 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을 통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별도 플랫폼 운영에 따른 소비자 불편과 혼란을 해소하고 이중 관리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사업에는 2024년 1월부터 2026년 말까지 2년간 557억 7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입찰에는 한국조폐공사(이하 조폐공사), 코나아이, 비즈플레이가 참여했으며 조폐공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는 우수한 기술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저 투찰 비율 예규 변경을 인지하지 못해 탈락했다.
갈등은 사업자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발주처인 소진공은 새 플랫폼 구축 등 조폐공사의 제반사항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기존 운영사에게 오는 2월까지 임시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조폐공사가 원활한 플랫폼 이관을 위해 데이터 관계도(ERD) 제공을 요청했지만, 비즈플레이는 자체 지식재산권(IP)임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비즈플레이 측은 “ERD를 제공하는 대신 이관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지만 조폐공사가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폐공사는 “플랫폼 구축 지연은 ERD 이관이 늦어지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비즈플레이에 돌렸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으로 플랫폼 이관이 차질을 빚으면서 서비스 공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폐공사는 내년 3월부터 정식 운영에 나서야 하지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활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폐공사는 기존 플랫폼과의 연동을 포기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상품권 사용자들의 환불 절차 등 새로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 최대 대목인 설 연휴에 상품권 발행 차질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업을 총괄하는 소진공은 갈등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진공 관계자는 “현재는 플랫폼 개발 기간으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4월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과의 계약 종료에 대응하지 못해 발행이 중단되는 운영상의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5개월 만에 판매를 재개했지만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사업 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