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동산 시장, ‘공급 확대’ 외침 속 격변

2024.12.23 08:09:30 7면

1기 신도시 13곳•4만 가구 선정
그린벨트 해제 ‘8•8 부동산 대책’
수도권 대규모 新 택지 조성 예고
대출규제 통해 시장 안정성 도모
각종 변화로 내년 부동산 ‘귀추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공급 확대 정책, 금융 규제 강화, 금리 인하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는 공급 확대의 신호탄이자 시장 판도를 뒤흔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재건축 규제 완화… 공급 확대의 물꼬

 

정부는 올해 초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며 주택 공급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핵심 내용인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개선안은 11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법제화됐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며, 내년 6월부터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기존에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했으나, 이 제도 개선으로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소 2~3년 단축될 전망이다.


◇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속도

 

이에 발맞춰 1기 신도시들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 5곳(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재건축을 선도할 ‘선도지구’ 단지들을 선정, 발표하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 내 총 13개 구역(3만 6000가구)이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이 중 분당은 단독으로 1만 1000가구 규모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로써 1기 신도시들은 2024년을 기점으로 재건축 가능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 서울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8만 가구 공급


8월 발표된 ‘8·8 부동산 대책’은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며 수도권에 대규모 신규 택지 조성을 예고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 가구) ▲고양시 대곡역세권(9400가구) ▲의왕시 오전·왕곡동(1만 4000가구) ▲의정부시 용현동(7000가구) 등 4곳이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선정됐으며, 정부는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수도권 주택 수급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금융 규제와 금리 인하, 엇갈린 시그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을 통해 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고,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한은은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기준 금리를 연이어 인하하며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현재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정부와 한은의 정책 방향이 상반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 실수요자 중심 정책…신생아 특례 대출 도입


이 밖에도 저출산 문제 해소와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정부는 신생아 특례 대출 도입, 청약 통장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형성을 도모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출산 가구의 주택 구입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신생아 특례 대출의 소득 요건을 기존 부부 합산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대폭 완화했다.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 대출)는 저리로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대상 주택은 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다.


◇ PF 시장 안정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

 

정부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안정과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5월 12일, 11월 14일에 각각 발표된 이 대책들은 PF 시장의 현황을 진단하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5월에 발표된 대책은 현재 진행 중인 PF 사업들을 정밀하게 평가해 사업성을 기준으로 선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즉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필요한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구조를 개선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경매 또는 공매를 통해 정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후 11월에 발표된 대책은 PF 사업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 현재 5% 내외에 머물러 있는 자기자본 비율을 20~40%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리도록 했다.

 

이는 사업 초기에 충분한 자본을 확보함으로써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단순 시공 중심의 건설사에서 벗어나 기획, 금융 조달, 건설, 운영 관리 등 부동산 개발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을 장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4년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금융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해였다.

 

하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 인하의 상충된 신호,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효율성, 무주택자와 1주택자 중심의 정책 실효성 등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다가오는 2025년, 이 변화들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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