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저임금이 지난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 30원으로 결정되면서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지 37년 만에, 그리고 2014년 5000원을 돌파한 지 11년 만에 이룬 상징적 변화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근로자들의 생계에 변화를 주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며, 우리 사회와 경제에 새로운 기준이자 상식(Common Sense)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변화의 이면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 증가, 경기 침체 심화, 산업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최저임금 1만 원이 가져올 영향과 이에 따른 경제계의 대응을 면밀히 분석한다. [편집자 주]
◇ 물가상승·경기침체 우려...자구책 마련 나선 자영업자들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기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물가상승, 경기침체의 심화, 자영업자들의 줄폐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1만 원을 넘긴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건비가 높아진 만큼 인력을 고용해야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직원 고용 규모를 축소하고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등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당과 카페, PC방 등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업체 402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4년 소상공인 키오스크 활용현황 및 정책발굴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자의 93.8%가 '키오스크 도입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답한 294개 업체는 종업원을 평균 1.2명 줄였고, 한 달 인건비는 약 138만 원을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매장 전 테이블에 키오스크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초기 설치 비용이 부담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인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늘어난 인건비가 일자리 감소 및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줄폐업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한층 악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간신히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만큼, 인건비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일샵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는 "특정 요일에만 출근하던 매니저를 올해부턴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근무 타임테이블을 줄이고 1인샵으로 경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주변 상가 공실이 늘었다. 올 하반기에만 상가 내 3곳의 매장이 영업을 중단해 임대 상태로 남아있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C씨는 "심야 시간 무인 PC방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야간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통상 임금의 1.5배를 지불해야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만기 늘리고 이자 깎아준다…소상공인 지원 '총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금융권의 지원도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20개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23일 '소상공인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하며 경기 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해 3년간 매년 7000억 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0만 명이 연간 4360억 원의 이자를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119플러스(Plus)’를 통해 이미 연체를 했거나 연체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의 기존 사업자대출을 최대 10년의 장기 분할 상환상품으로 대환해주며, 평균 2.51%포인트(p)의 금리 감면도 실시한다.
아울러 오는 3월부터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업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사업 정리 후 대출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재기 의지가 있는 사업자들을 위해 약 2000억 원을 출연해 소상공인 상생보증·대출도 출시한다. 신규 운전자금 보증부 대출 ‘햇살론119’를 통해 연 6~7% 수준의 금리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빌려준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소상공인의 진입, 성장, 폐업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벤처부도 소상공인을 위해 올해 총 3조 77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긴급경영안정자금 4500억 원을 포함해 약 1조 6000억 원을 취약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투입한다.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일반 소상공인의 경영애로 완화 지원자금도 전년 대비 1100억 원 증액한 1조 2200억 원 규모로 마련했다.
◇ 최저임금 '1만 원', 건설업계 미치는 영향 미미...인력난 심화는 가속
최저임금 인상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전망이다. 이미 건설현장의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127개 직종의 일 평균 임금은 27만 4286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건설현장이 위험하고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청년층의 유입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세대 건설기술인은 전체의 15.7%에 불과하며, 50대 이상이 57.3%를 차지해 현장 근로자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청년층 유입 부족과 근로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며 “정부가 건설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고현솔·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