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국·내외 건설 현장서 미청구 공사비 '경고등'

2025.01.19 20:31:47

이라크, 파나마, 아랍에미리트 등서 공사대금 회수 난항
한화건설, DL건설 등 미청구 공사비로 공사 중단 사태
미청구 공사비, 전년 대비 11.68%↑...지속적인 증가세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공사비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발주처의 자금난, 경기 악화, 잦은 설계 변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며 미청구 공사비가 수조 원대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수주 전략 재정비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행한 해외 프로젝트에서만 수조 원 규모의 공사비가 미지급된 상태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 플랜트에서 4021억 원의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준공됐으나, 대금 지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베트남 꽝짝1 화력발전소(2744억 원), 파나마 메트로 3호선(1943억 원) 등에서도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했다. 삼성물산 역시 아랍에미리트 원전(270억 원),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2192억 원) 등에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하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서는 8000억 원 규모의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평택 화양지구 기반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인 DL건설은 이달 10일 조합의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했다. 앞서 DL건설은 DL이앤씨 등과 컨소시엄으로 도로, 상수도 등 기반 시설 조성 공사를 수주했다. DL건설은 보유 지분에 따른 총 공사비 약 1528억 원 중 170억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19조 593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미청구 공사비 증가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신용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발주처의 재정난과 경기 불안정으로 공사비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북미·유럽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수주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청구 공사비 문제가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위험 프로젝트에 대한 선별적 접근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발주처와 협상을 강화해 미수금을 회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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