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보합세에 빠지자 중도층 확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고 경제에 능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해 견제에서 우호적으로 태도를 바꾸며 중도층과의 창구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김 지사는 민주당의 변화를 우선 요구하며 독자적인 대선 행보를 암시하고 있어 향후 이 대표와의 기류에 이목이 집중된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92%는 진보·보수 간 정치적 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할 의향이 없다(71.41%), 연애나 결혼 의향이 없다(58.2%), 술자리를 같이할 의향이 없다(33.02%)는 비율도 다수 집계됐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며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보합세에 빠지자 당초 전통적 지지층에 집중해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중도층 섭렵 단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최근 중도층 흡수난을 겪으면서 견제 대상이던 김 지사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까지만 해도 김 지사의 최대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부특자도)에 반대하며 ‘따로 따로’의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엔 김 지사의 경제전권대사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추경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기본소득)도 잠시 내려놓는 모양새다.
기본소득은 김 지사의 기회소득 정책이 ‘내려치기’ 당할 때마다 비교군으로 제시되던 이 대표의 대표 정책 브랜드였다.
여야 지지층으로부터 고루 호평을 받는다는 점과, 중도층 흡수에 민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제전문가인 김 지사와 결을 함께함으로써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미 사실상 경제전권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외국어에 능통하고 중도 확장성을 갖고 있는 김 지사를 국무총리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반면 이 대표의 북부특자도 반대에도 ‘같이 가겠다’던 김 지사는 오히려 여러 이슈들을 두고 이 대표와 반대 견해를 적극 비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MBN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당 대표의 실용주의(민생회복지원금 포기)에 대해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제한적 보편 복지’인 기회소득 논리를 적용해 방법 면에서의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날 SNS에서는 반도체특별법 도입 검토를 두고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인프라 확충과 용전·용수 문제 해결 방안부터 빨리 논의하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새로운 다수 연합’ 제안에 동조하면서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정당 창당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성장우선론은 다수 연합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는데 김 지사는 이와 관련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 ‘다양한 빛깔의 응원봉이 함께하는 빛의 정부’ 등을 언급했다.
단순 거대양당 간 정권 이양을 넘어 여러 이념을 지닌 제3진영들이 모인 새로운 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중도층 외연 확장성이 상당한 자신의 입지를 활용해 국힘과 민주당이 포섭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파고들어 표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내란과 계엄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던 모든 ‘민주 양심세력’들이 합쳐서 만든 후보가 반드시 이기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