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책을 살피면,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이 심화하는 시기마다 미신과 초자연적 신앙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여겨지곤 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는 이해할 수 있으나 비합리적 믿음이 국가 운영과 정치적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그 결과는 대개 국가의 붕괴나 사회적 혼란으로 귀결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난 사례들은 미신적 사고가 정치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현대 사회에서 이를 배제해야 할 필요를 시사한다.
미신적 신앙은 예언서나 도참서를 통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도래할 것을 암시하며 통치자와 민중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후한 말기 중국에서는 도참 신앙에 힘입어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후한의 몰락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에도 민중 사이에서 정감록에 대한 믿음이 퍼지며 왕조에 대한 불안을 부추겼다. 이처럼 비이성적 신앙은 단기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종의 진통제와 같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통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신에 의존한 통치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비합리적 믿음은 과학적 검증이나 논리적 근거 없이 상징적 해석과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통치자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추어 왜곡하거나 남용할 위험이 있다. 러시아 제국 말기, 요승 라스푸틴은 황실과 결탁하여 개인적 신비주의를 앞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황제와 황후는 그의 초자연적 능력을 맹신하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현실적 개혁을 외면했고, 결국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초자연적 신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통치 과정에 개입되면 민중의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고 비이성적 사고를 조장해 시민의 자율적 판단을 약화하고 의존적 사고를 강화한다.
오늘날에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확실성을 갈망해 음모론이나 미신적 믿음에 의존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 민주 사회에서 통치는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판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비과학, 비합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합리적 토대 위에서 구성되는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신용, 이성, 진보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위기 상황에서, 초자연적 신앙에 의존하면 현실적 대응이 아닌 근거 없는 믿음에 따라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법치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약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
역사적 사례들은 비이성적 믿음이 국가의 몰락과 자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경향은 미신 의존적 통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초자연적 신앙은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는 존중될 수 있지만 공적 통치 영역에서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공자도 이 사실을 이미 춘추시대에 통찰하여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았다. 이성을 중시하며 초자연적 요소가 인간의 판단과 통치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