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수는 어디로…미분양 무덤 된 경기 남부

2025.02.12 18:00:00 1면

미분양 두 배 급증…악성 미분양 2072가구
안성·평택,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미분양 더 늘 것”…3년간 3만 가구 입주 대기

 

한때 반도체 산업 특수를 기대하며 들썩였던 경기 남부권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교통망 확충 등의 개발 호재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평택·이천·안성·오산 등이 미분양 집중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건설·부동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 내 미분양 아파트는 총 1만 2954가구로, 2023년 말(약 5800가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072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분양 문제는 수도권 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지역별 미분양 가구 수를 보면 ▲평택 4071가구 ▲이천 1911가구 ▲오산 994가구 ▲안성 581가구 ▲용인 529가구 등으로, 이들 5개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만 경기도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집값 상승과 외지인 매매, 갭투자 열풍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 대규모 분양 물량이 쏟아졌고, 결국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경기 남부 지역 내 미분양 사태는 단순한 공급 과잉을 넘어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안성 ‘우방 아이유쉘 에스티지’ 단지는 전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총 948세대 중 243세대가 매물로 나오면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 일부 물건에는 최대 6000만 원에 달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의 경우도 심각하다. 279만㎡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개발 사업지인 화양지구는 총 2만 가구, 약 5만 5000명의 인구를 수용할 계획이지만, 입주를 앞둔 분양권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금 10%는 물론, 유상 옵션 비용까지 포기하겠다는 매도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최대 4900만 원에 이르는 사례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 수혜 지역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천도 예외는 아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천시 아파트값 변동률(3일 기준)은 –0.50%를 기록하며 안성(-0.55%)에 이어 경기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였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은 지난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정부 정책 지연과 신규 공급 증가로 인해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남부 지역의 미분양 사태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평택시는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총 2만 945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연간 적정 공급량(2500가구)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남부 지역은 아직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1~2년 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분양이 지속되면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신규 사업 추진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업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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