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은 최근 ‘고독사 위험가구 손 내미는 수원시’(10일자 6면) 기사를 통해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의 말을 전했다. “1인 가구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고독사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독사 위험군을 위한 지원이 많아졌다”며 “현재는 기존 고독사 예방을 넘어 외로움이나 재고립·재은둔까지 예방할 수 있는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는 복지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과 교류 없이 홀로 생활하던 사람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에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법·조례가 제정되고 기본계획과 예방사업이 실시됐다. 2021년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고독사 예방 조례가 제정됐으며, 2022년엔 39개 시군구에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2023년엔 고독사 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 결과 고독사 사망자 수는 조금이나마 감소하고 있다. 2021년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이었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3년 1.04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 수는 무려 3661명이나 된다. 한해에 이처럼 많은 국민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외롭게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11월 11일자 사설을 통해 고독사의 원인 가운데는 노인 빈곤문제와 사회와 국가의 무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은 3년 전보다 13%나 포인트 급증한 32.8%나 됐으며, 고독사한 사람들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41%나 됐다.
2023년 고독사로 사망한 3661명 가운데 경기도민은 922명으로 전국 1위였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2017년 이래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계속 안고 있다. 물론 전국에서 인구수가 제일 많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2017년 512명에서 2023년에 92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경기도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AI로봇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 사업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가 탑재된 로봇을 가정에 대여해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규칙적인 약 복용 및 식사 관리 알람), 정서지원(음성 대화 서비스), 인지훈련(치매 예방 프로그램), 응급상황 보호자 알림서비스 및 필요시 응급관제센터를 통한 119 연계,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AI 로봇이 홀로 사는 노인을 지켜보고 대화하면서 안부를 묻는 것 뿐 아니라 약 먹을 시간까지 알려준다. 도내 일부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건강취약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수원시 역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독사 예방 추진단'을 구성해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관리했다. 또 ‘새빛관계망 프로그램’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식사 프로그램, 상담, 독서 등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6~7월에는 중장년 취약계층 고독사 위험군 430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발굴 조사를 하기도 했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 ‘새빛 안부똑똑’, 수원새빛돌봄 식사지원서비스 등도 전개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제 고독사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다. 정부는 2027년까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독사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홀로 사는 노인문제와 일자리 문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독사는 국가와 지방정부, 우리 사회가 입체적으로 연대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