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이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신문제를 겪는 사람을 '걸러내는' 정책이 오히려 교육 공동체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며 근본적인 학교 안전 대책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하늘이법'은 교원 임용 시와 재직기간 중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받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교사들은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안이 근본적 대책이 아닌 '걸러내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낙인효과로 자신의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교사 A씨(30)는 "임용 단계에서부터 정신질환자를 걸러내는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임용고시생들은 전부 정신과에 가지 않게 될 것"이라며 "불이익을 받는다는데 정신과 설문지에 솔직히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걸러내기식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도 가중시키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는 김모 씨(24)는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교사들도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도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들을 위축되게 만드는 정책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원 지역의 예비 초등학생 학부모 양모 씨(35)도 "학부모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교사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길 원하는 것이지 문제를 숨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정신건강 문제의 경우 사회적 오해로 인해 오랜 기간 부정적 인식과 낮은 수용도를 보여왔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73.6%가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지만 이중 73%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정신질환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교육공동체는 사회 집단 간 갈등을 조장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졸속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학교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승숙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대전 초등생 피살사건은 교사의 정신질환 문제가 아닌 '학교 안전'의 문제"라며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누군가를 배제하는 졸속 대책만 나오니 학부모들은 더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전조증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기존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살피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 질환교원심의위원회와 같은 시스템이 존재했음에도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언가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학교 안전에 대해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학교가 정말 안전한 공간이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